1~6월 40조원 세수펑크에 관리재정수지 83조 적자올해 연간 국가채무 1101.7조원… 18.3조원 남겨둬재정준칙 법제화 '요원'… 민주당 '추경강제법' 어깃장KDI "올해 1.5% 성장"…中리스크·유가상승 악재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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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83조 원으로 불어나고 나랏빚이 1100조 원에 근접하는 등 국가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설상가상 대내외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등 성장동력도 떨어지면서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미국의 처지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6월 정부의 총수입은 29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38조1000억 원 줄었다. 총수입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기업실적 악화와 경기 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351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57조7000억 원 줄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사업이 종료되면서 총지출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월 말 기준 55조4000억 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6월 한 달 동안 무려 24조7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기재부는 흐름상 2분기에 주요 세입이 적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가장 심화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83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관리재정수지는 52조5000억 원 적자였다. 상반기까지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전망치(-58조2000억 원)를 돌파하느냐 여부가 관심사였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은 83조 원을 기록하면서 나라살림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가 1083조4000억 원으로 지난 5월 누계보다 5조3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국가채무는 49조9000억 원이나 늘어난 상태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연간 국가채무액 1101조7000억 원과 견줘보면 국가채무가 조만간 정부 전망치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가채무는 정부 전망치보다 18조3000억 원 적은 수준이다.
  • ▲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 ⓒ연합뉴스
    ▲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 ⓒ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의 재정악화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를 바라만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이를 마지막 순간에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AA 또는 AAA 등급을 받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배구조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재정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 원(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6%)에서 지난해 1068조8000억 원(GDP 대비 49.7%)으로 급증했다. 기재부는 올해 국가채무를 1134조4000억 원(GDP 대비 49.8%), 내년에는 1201조2000억 원(GDP 대비 50.6%)으로 각각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재정준칙)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 돈을 풀어야 한다는 거대 야당의 반대로 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은 세수가 부족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강제로 편성하는 '추경강제법'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빚내서 지출하는 구조를 뜯어고치는 데 더해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경제 여건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 중국인 관광객 대상 거리 안내ⓒ연합뉴스
    ▲ 중국인 관광객 대상 거리 안내ⓒ연합뉴스
    우리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저성장 국면에서 빠르게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한몫 거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1.5%로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전망치인 1.4%와 아시아개발은행(ADB) 전망치인 1.3%보다 높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서 KDI가 기존 전망을 유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올 1분기 우리 경제를 떠받들었던 민간소비가 고꾸라지면서 민간소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3.0%보다 낮은 2.5%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더해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 수출과 고용 악화 등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커지는 등 애초 예상과 달리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구나 국제유가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곡물 가격 급등 우려 등도 우리 경제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KDI의 판단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대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분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당장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대규모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업과 소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