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은 中 의존도'배터리 규제' 조건 충족 미달 우려美·EU 자국 우선주의 원자재 공급망 비중 확대 배터리협회, 기업 등 '공급망 다변화' 정부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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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DI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국 우선주의' 배터리 규제가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대응 마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공개한 배터리법은 자국의 광물 비중에 따라 각종 보조금 혜택 수위가 결정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최소화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협회는 미국과 EU 등의 배터리 규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협회는 지난 6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복잡성을 고려해 IRA 규정을 실용적이고 유연하게 적용해달라는 의견을 미국 측에 제출했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자유무역협정국(FTA)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요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EU가 추진 중인 배터리 규제와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를 철회 또는 유예해달라는 의견서도 전달할 계획이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일본 배터리 업계와의 교류·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배터리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액공제 직접 환급 도입 방안도 정부에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투자 규모에 따른 미래 세액공제분을 직접 환급해달라는 내용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될지 예단하기 어려워 업계와 정책 당국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중국과 공급망 구축이 불가피하다면 우선 협력을 진행하고 추후 FEOC 가이드라인에 맞게 리스크 관리를 하는 등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과 EU는 배터리법 규제안을 발표하며 자국 우선주의 공급망 확대를 주문했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의 원료·부품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세액공제의 절반은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재활용한 핵심 원료를 40% 이상 사용한 배터리에만 적용해야 한다. 향후 핵심 원료 요건은 80%로 강화될 전망이다.

    EU의 배터리법 규제도 마찬가지다. EU는 2030년까지 중국산 원자재 사용 비중을 65% 미만으로 낮추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공개하며 사실상 중국산 원자재를 배제했다. 유럽 내에서 생산된 원자재 사용 제품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 배터리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아직 법률의 세부 규정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데다 폐배터리 관리 지침과 탄소 발자국 등의 규제가 까다로워 국내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도 일찌감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은 지난해 미국, 호주 등 글로벌 리튬 업체와 광물 장기 공급 체결에 나섰으며 삼성SDI도 호주 광물업체에서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또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을 통해 리튬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25년부터 북미에서 연간 2만t의 리튬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전히 높은 중국 의존도가 위협요소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코발트·흑연 등 중국 수입 의존도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 36억7600만달러 중 중국 수입이 32억 32000만달러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전년(2021년) 84%보다 4% 늘었다. 중국이 전 세계 수산화리튬 생산 능력이 80% 이상 차지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 역시 지난해 전체 수입 2억460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72.8%(1억7900만달러)를 차지했다. 코발트의 중국 수입 비중은 2021년 64%에서 8.8%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일본과 핵심광물 관련 협약을 체결했고 미국·유럽·일본 간에는 핵심광물 클럽 조성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