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권 시의회 산경위원장 "경제청 개입 납득 안 돼"유정복 시장도 부동산개발사업 우려에 재검토 지시잇단 특혜 논란·의혹 제기에 전면 백지화 여부 주목
  • ▲ 인천 연수구 송도8공구 R2블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 인천 연수구 송도8공구 R2블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 송도국제도시 8공구의 노른자위 땅에 추진될 'K팝 콘텐츠시티' 사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인천시의회가 'K팝 콘텐츠시티' 사업의 재검토와 조사 필요성을 주장했고, 유정복 인천시장도 부동산 개발사업 위주인 본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라고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에게 지시했다.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밀어붙일지, 전면 백지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해권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은 전날 부동산 위주의 개발계획과 인천경제청 개입에 따른 특혜 의혹이 불거진 '콘텐츠시티' 사업 논란을 두고 "최근 3년간 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천도시공사(iH)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애초 iH 소유의 땅이면 iH가 알아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지, 왜 경제청이 개입해 문제를 자꾸 만드느냐"며 "경제청이 그동안 산업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주요 내용은 거의 다 가려져 있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앞으로는 민감한 대외비가 아닌 이상 충분한 내용의 자료를 내라고 경제청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산경위는 11일 R2블록 개발사업 논란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불거진 각종 의혹과 사업 추진 현황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산경위 위원들은 이날 김진용 청장과 김종환 경제청 투자유치본부장을 대상으로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비롯해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시의회와 사업 추진과정에서 협의나 소통이 전혀 없었고, 지역민들에게도 해명이 없었던 사실을 추궁했다. 또 인천시에 해당 사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토를 촉구했다.

    정해권 위원장은 K팝 전용 아레나 건설 중심의 사업 방향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현재 서울과 일산에서도 K팝 아레나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설 '스타필드 청라'에도 2만1000석 규모의 돔구장이 지어진다"며 "공연 수요가 얼마나 될지도 현실적으로 의문인 상황에서 아레나를 추구로 짓겠다는데 장소도 송도다. 원도심 주민들은 기가 찰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라리 원도심에 아레나 규모의 구장을 지으면 연수구뿐만 아니라 미추홀구나 남동구까지 모두 사용하던 문학경기장 같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유정복 시장도 최근 김 청장을 불러 논란이 일고 있는 '콘텐츠시티' 사업에 대해 사업성이 있는지 재검토하는 동시에 대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경제청이 이 사업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부동산개발업체의 의도대로 오피스텔, 아파트 건설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외국인 투자유치 구역이 아닌 부동산 개발사업 구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유 시장은 경제청이 이 사업에 집착하지 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김 청장에게 지시했다는 것이 시 관계자 전언이다.

    시 관계자는 "송도5동 주민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이 사업에 대해 끊임없이 큰 우려를 하고 있다"며 "오피스텔을 통해 사업비를 마련해 아레나를 짓는 방법만이 유일한 사업계획인지, 아니면 이 부지에 새로운 사업을 할 거인지 등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유 시장이 김 청장에게 대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청은 박남춘 전 인천시장 재임 시절인 2021년 11월 국내 대형 기획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경제청과 컨소가 대중문화 콘텐츠 확보 등에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1년 넘게 구체적인 사업 추진 상황은 공개된 적이 없다.

    이 사업이 송도8공구에 장기간 방치된 R2블록(15만㎡)과 연계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달부터다. 경제청이 R2블록을 수의계약으로 매각 가능한지 묻는 공문을 보내면서 특정 민간사업자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혜 논란이 일자 김 청장은 지난달 기회회견을 열고 "사업제안자의 제안에 대해 iH 측 의견을 물었을 뿐 정책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제안공모로 R2블록과 함께 경제청 소유인 인근 B1·B2블록(4만9000㎡)에 K팝 콘텐츠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대략적인 계획은 이 부지에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유치하고 K팝 전용 아레나와 제작 스튜디오 등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경제청 측은 제안 공모에 앞서 여러 차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에 맞춰 공모지침을 수립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청 관계자는 "여러 내용을 고려해 공모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으나, 빠르면 9월께 제안 공모를 위한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