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2개월 만에 1년만기 LPR 0.1%p↓… 주담대 금리는 동결전문가 예상치 밑돌아… 경기부양 기대감 꺾이며 위험회피 심리 심화위안/달러 환율 7.3위안 넘어… 원화도 동조화 1342.6원, 9개월만 '최고'상하이지수 1.24%↓등 증시도 하락… 코스피는 반등, 상승폭은 제한돼
  • ▲ 위안화.ⓒ연합뉴스
    ▲ 위안화.ⓒ연합뉴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진정세를 보였던 위안화 약세가 이어졌다.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도 환율 동조화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홍콩을 비롯한 범중국 증시의 주가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3원 오른 134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23일 1351.8원을 기록한 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을 앞두고 1342.8원까지 오르며 연고점(1343.0원)을 위협했다.

    중국 부동산발 경기 우려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가 여전한 가운데 이날 중국 증시 개장 직전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금리 인하 카드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증시와 위안화 약세로 이어졌고, 환율 동조화로 원화도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역내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18일 중국 당국의 개입 속에 7.3위안 아래로 내려가며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이날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며 7.33위안 수준에서 거래됐다. 위안화가 달러당 7.3 위안을 돌파한 것은 2007년 10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증시도 하락했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1.24% 내린 3092.98로 장을 마쳤다. 선전성분지수는 전장보다 1.32% 내린 1만320.39, '중국판 나스닥' 차이넥스트는 전장 대비 1.6% 하락한 2084.97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 종가는 1.44%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4.30포인트(p·0.17%) 상승한 2508.80으로 집계됐다. 장 초반 인민은행의 LPR 발표를 앞두고 경기 부양 기대감에 상승 폭을 키웠으나, 금리 인하 폭이 예상치를 밑돌자 상승 폭을 반납했다. 그나마 기관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7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5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11.39p(1.30%) 오른 888.71로 장을 마쳤다. 역시 개장 후 상승했으나 장 후반 상승 폭을 줄였다.

    이날 인민은행은 누리집을 통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p 내린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LPR을 동결하다 올해 6월 0.1%p 내렸는데, 2개월 만에 다시 인하 카드를 꺼냈다.

    LPR은 시중은행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금리 평균치를 말하지만, 인민은행이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결정하고 있어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통한다. 1년 만기 LPR은 일반대출,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인민은행이 전격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최근 불거진 중국 경제의 둔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속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가라앉은 경기를 부양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선 이달 중 금리 인하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인민은행이 앞선 15일 기준금리의 '가늠자'로 꼽히는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0.15%p,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0.1%p 각각 내리며 시중에 총 6050억 위안(111조 원쯤)의 유동성을 공급하자 이를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수순으로 본 것이다.
  • ▲ 중국 인민은행 베이징 본관.ⓒ연합뉴스
    ▲ 중국 인민은행 베이징 본관.ⓒ연합뉴스
    그러나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폭이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고, 5년 만기 LPR은 손대지 않고 연 4.2%로 동결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로이터는 35명의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전 조사한 결과 1년 만기 LPR은 0.1~0.15%p, 5년 만기 LPR은 0.15%p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인민은행이 5년 만기 LPR을 동결한 것은 부동산 거품 논란을 의식해 부동산시장 과열을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은 2817억6000만 달러(369조7000억 원쯤)로 1년 전보다 14.5%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2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다.

    설상가상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중국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월(-0.2%)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올 1월 2.1%를 기록한 이후 내림세다.

    이런 상황에서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296억 원쯤)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2021년 디폴트를 선언하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논란을 촉발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파장은 부동산 신탁 등 금융권까지 번질 조짐이어서 일각에선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