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기존 11.5→25% 상향 가능성LG 보다 많이 판 TCL·하이센스 가격경쟁력 떨어져中 패널 탑재 TV까지 추가 전망도… '저가 공세' 中 TV 힘 잃어
  • ▲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중국 TV 제조사들이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 시장인 미국의 중국산 TV 관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 TV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 점유율 확대 전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서 제조된 TV를 북미에 수입할 경우 관세를 기존 11.5%에서 25%까지 상향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352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면제 조치가 내달 말 만료되는 것을 두고 이같이 전망했다.

    중국 TV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출하량 확대에 주력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은 올 상반기 기준 각각 1147만2300대, 1083만5400대를 기록하며 LG전자를 제치고 점유율 2, 3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TV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TCL과 하이센스 뿐만 아니라 스카이워스, 하이얼 등 다른 중국 업체들의 출하량도 대부분 증가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도 통하고 있다. 북미는 올 상반기 유일하게 출하량 비중 20%가 넘은 지역이다. 북미 시장에서 TCL과 하이센스의 점유율은 각각 13.9%, 13.8%를 기록하며 LG전자(11.5%)를 넘어섰다. 업계 1위 삼성전자(22.3%)와의 점유율도 10% 이내로 좁혔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 TV가 선전한 것은 저가 물량을 통한 '박리다매' 전략 결과로 풀이된다. 금액 기준 TCL과 하이센스의 북미 비중은 각각 9%, 8.4%에 불과하다. 두 기업의 총 판매금액이 2위 LG전자(17.9%)보다 적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대로 미국이 중국산 TV에 관세를 올리게 되면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잃게 되는 셈이다. 동시에 중국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혜를 입게 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미국이 중국산 TV 수입에 대한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면 중국 TV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 향후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향후 중국 TV에 대한 추가 관세 적용을 가정하면 멕시코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생산 기지를 보유한 TV 업체는 중국산 TV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향후 판매 증가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옴디아는 미국의 중국산 TV 수입에 대한 관세 인상과 함께 중국 패널을 탑재한 TV에 대해 15%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TV 시장은 아직 LCD가 주력인 만큼 LC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BOE 등 중국 패널업체들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중국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 세계 TV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 기업 및 단체 27곳을 '미검증 리스트(unverified list)'에서 제외시키면서 갈등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검증 명단은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 전 단계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 통제 명단에 올라 제재를 받게 된다. 제외된 명단에는 리튬 배터리용 소재 등을 생산하는 화학기업 광둥광화 과학기술과 센서 제조업체 난징 가오화 과학기술 등을 비롯해 베이징 파워맥, 베이징 SWT, 베이징중허항쉰, 단품식품검역센터, 후난대학, 난창대학 등이 포함됐다.

    다만 반도체,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규제는 지속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자본이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통제조치를 취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제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스마트폰 세계 2위에 올랐던 화웨이도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제재를 받은 이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