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1741.3%…재무건전성 취약대한항공 6兆 실탄 보유 아시아나항공 투자 적임자합병 시 서비스 효율화·신용도 상승 등 시너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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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주요국 심사 과정에서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양사의 합병 당위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2020년 11월 시작돼 3년째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해 총 14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현재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등 3개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EU는 당초 8월 3일 합병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레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심사 종료 기한을 10월로 미뤘다. ‘합병 반대’가 아닌 심사기한 연장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기업결합 작업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사 합병의 불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플랜B’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안정화 방안을 컨설팅 용역에 발주하며 ‘제3자 매각’ 검토에 나섰다는 내용도 흘러나왔다. 무성한 소문만큼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산은은 “플랜B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양사 통합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해당 용역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 항공시장 변화에 대비해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수지 점검을 위한 것으로 제3자 매각과는 무관하며, 합병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사 기업결합에 산은과 대한항공이 3년여간 공을 들여온 상황에서 성공적인 합병이야말로 최상의 결과로 지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재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수혈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이야말로 동종업종의 이해도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적임자란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의 6월 말 개별기준 자기자본비율은 5.4%로 건전성 기준(50% 이상)에 한참 못 미친다. 자본총계가 6921억원인 데 반해 부채가 12조515억원으로 월등히 많다 보니 부채비율은 1741.3%에 이른다. 차입금의존도도 56%로 높아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단기차입금 2조500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을 상환했다.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감안해도 차입금의존도는 50%로 여전히 건전성 기준을 미충족한다. 차입금의존도는 30% 미만일 때 안정적으로 판단한다.

    대한항공은 6월 말 개별기준 부채비율이 197.2%로 낮고, 현금성자산은 5조9651억원으로 투자 실탄도 두둑이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한 상태로,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549.8%까지 뚝 떨어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양사 기업결합이 무산된다고 가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업황 호조에 따라 벌어들인 현금으로 빚을 갚아나간다고 해도 자생까지 상당수 시간이 걸려 제3자 매각이 불가피한데, 새 주인을 찾는 과정 또한 험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하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발을 뺀 바 있다. 불확실성이 큰 항공업황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조단위 자금을 투입할 재무적 체력을 갖춘 인수자 찾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EU 경쟁당국을 설득시키기 위해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배분과 화물 노선 분배 등 각고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아시아나항공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유증 참여를 위한 1조5000억원 외에도 인수 이후 통합작업에 약 6000억원을 더 들일 예정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없으며 중복노선 효율화, 항공기재 및 터미널 운영 효율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양사 통합 이후 안정화가 예상되는 2년 후부터는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사 네트워크의 효율적 재구성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통합 마일리지 적립·사용으로 만족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신용등급 향상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