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기발광 기술 선점 1조 연구개발 준비'디스플레이 초강국' 지위 유지… '세제-R&D' 등 지원中 LCD 이어 OLED 추격 가속… "2025년 한국 추월" 전망도삼성·LG, 스마트폰 넘어 IT·전장 등 OLED 전환 가속페달
  • ▲ 자료사진. ⓒLG디스플레이
    ▲ 자료사진. ⓒLG디스플레이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OLED도 중소형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2년 안에 한국 기업들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국내 패널 업체들은 태블릿·노트북 등 IT용으로 OLED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차세대 무기발광 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정부도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을 약속하면서 중국의 추격에 맞서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무기발광 산업 육성 얼라이언스' 행사를 열었다. 정부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선점을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및 생태계 구축' 연구개발 사업을 준비 중으로, 조만간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빛을 내는 소자부터 패널까지 OLED와는 다른 공정 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핵심 기술을 선점해 디스플레이 초강국의 지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세제, 연구개발 등 다방면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국가첨단전략 기술로 지정해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정책금융, 연구개발(R&D), 인력양성과 함께 안정적 공급망 등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도 포함됐다.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은 중국에 빼앗긴 1위 위상을 탈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2004년 이후 17년간 세계 1위를 유지했지만, LCD 주도권을 확보한 중국에 밀려 2021년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중국 42.5%, 한국 36.9%, 대만 18.2%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2012년 319억달러에서 지난해 244억달러로, 연평균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총 수출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5.1%에서 3.1%로 하락했다.

    중국 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10.5세대 LCD 팹 건설, 가격경쟁 등을 통해 LCD 사업 주도권을 확보함에 따라 한국 기업은 국내 LCD TV 패널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LCD 사업을 종료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말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중단했다. 올해부터는 중국 LCD 공장도 생산량을 50% 축소해 운영한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OLED 시장도 향후 2년 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6세대 이하 OLED 생산능력은 2025년경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도 중국의 스마트폰용(폴더블폰 포함) OLED 출하량이 2025년 한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유비리서치는 "삼성과 LG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생산하는 OLED는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매출에서는 당분간 우위를 유지하겠지만,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 역시 품질이 높아지고 있다"며 "또 가성비로 시장을 두들기기 때문에 2028년 이후에는 매출 부분에서도 역전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이 디스플레이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들이 아직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IT와 TV용 OLED 시장 확장을 꾀해야 하며,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XR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빠른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업체들은 LCD가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노트북 등 IT용 시장의 OLED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 8.6세대 IT용 OLED 생산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LG디스플레이도 내년 상반기 태블릿용 OLED 패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측은 "2024년 상반기 OLED 태블릿 진입을 통해 전략 고객에 자사가 50% 이상 포지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체 OLED 태블릿 제품에서는 60% 이상 전망한다"고 말했다. 특정 고객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략 고객은 애플로 추정된다. 앞서 국내외 시장조사기관 등에서는 애플이 이르면 2024년부터 아이패드 제품에 OLED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과 LG는 차량용 OLED 시장도 적극 공략 중이다.

    프리미엄 차량용 패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유기발광 소자의 효율을 개선하고, 휘도(화면 밝기)와 수명을 높인 '2세대 탠덤 OLED'를 본격 양산하며 기술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탠덤 OLED 소자 구조는 유기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아 기존 1개층 대비 고휘도, 장수명 등 내구성과 신뢰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전 사업을 OLED로 진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에 9.4형 크기의 원형 OLED를 공급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슈퍼카 페라리와 협약을 맺으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차량용 OLED 시장은 지난해 기준 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한국이 2억3000만달러로 약 93%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 50%, 삼성디스플레이 42.7%, BOE 7.3% 순이다.

    한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오는 2027년에 126억달러로, 연평균 약 7.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OLED 비중은 지난해 2.8%에서 2027년 17.2%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