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DB Inc 합병법인 출범…"양사 시너지 극대화"김남호 등 오너 일가 지분 43.82%서 52.47% 커져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DB하이텍 갈등 선제 대비
  • DB그룹의 지주사격인 DB(DB Inc.)가 DB메탈을 합병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한다.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갖춤과 동시에 김남호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DB Inc.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합금철 제조·판매 계열사 DB메탈을 흡수합병한다고 결의했다. 합병 안건은 오는 12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다뤄진다. 최종 합병 완료 시점은 내년 2월로 전망된다.

    DB Inc.와 DB메탈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1 대 0.32로 결정됐다.

    DB메탈은 합금철분야 국내 1위, 정련합금철분야 세계 2위의 합금철전문회사로, 지난해 매출 6436억 원, 영업이익 1493억 원을 기록했다. DB는 이번 합병으로 IT, 무역, 합금철, 건설, 브랜드 등  5개 사업부문을 갖춘 복합기업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DB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뿐만 아니라 성장성을 함께 갖춘 1조원 대 규모의 회사로 일시에 자리매김 했다"며 "영업, 생산, 구매, 투자, 자금조달, 기획·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와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경영 효율화 및 각 사업 간 시너지 외에도 오너일가의 경영 지배력 강화에도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견이다.

    김 회장의 지분이 많은 회사가 DB Inc. 자회사로 흡수되면 결국 오너가 지분율이 더욱 늘어니면서 김 회장, DB Inc., DB하이텍 순의 지배구조가 설립된다.

    DB Inc.의 최대주주는 16.83%를 보유한 김남호 회장이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15.91%, 김주원 부회장은 9.87%를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13명의 지분율은 43.83%에 달한다.

    DB메탈의 최대주주는 김남호 회장 및 그 특수관계인으로 DB메탈 지분 95.2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김 회장은 지분 24.34%를 보유해 3대주주 지위도 갖고 있다. 

    이에 통합법인의 최대주주는 김남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으로 전체 발행주식 수의 52.47%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된다면 최근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모펀드 KCGI의 발언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는 올해 DB하이텍 지분 매집에 나서면서 DB그룹과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다.

    재계는 DB그룹이 이번 합병으로 양사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는 기본이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KCGI의 표적이 된 DB하이텍의 경영권 싸움에서도 선제적인 대응까지 이뤘다는 평가다.

    또 DB가 지주사 강제 전환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총자산 5000억원 이상,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50% 이상인 기업은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 이때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은 12.4%로 지주사 강제전환될 경우 보유 지분 30%선을 맞추기 위해 수 천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DB메탈을 흡수합병해 총 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회사의 지분 가치 비율을 낮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한편, KCGI는 DB Inc.의 DB메탈 흡수합병과 관련해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병은 DB하이텍 지분 추가 매입 부담을 잠시 피해 가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