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지자체 英 버밍엄 파산 선언…26개 지자체 재정 위기행안부, 내년도 예산 감축…지방교부세 삭감에 지자체 비명 지자체, 포퓰리즘 정책 쏟아내…성남 청년기본소득 중단
  • ▲ 영국 버밍엄시의회 건물 ⓒ연합뉴스
    ▲ 영국 버밍엄시의회 건물 ⓒ연합뉴스
    영국의 3대 도시 중 하나인 버밍엄이 사실상 파산을 선언하는 등 영국 지방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크로이든과 워킹 등도 파산 선언을 한 데다, 앞으로 26개에 달하는 지방도시가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우리나라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5일 버밍엄 시의회가 지방정부재정법에 따라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내각제인 영국은 지방도 의회를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지방의회가 지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와 같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버밍엄 시의회는 올해 예산이 32억 파운드(한화 5조4000억 원)이지만, 이 중 8700만 파운드(1459억 원)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유럽 최대 지방자치단체로 알려진 버밍엄의 파산 선언은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버밍엄 시의회가 파산한 배경은 동일임금 지급 때문이다. 과거 시의회는 환경미화 등 남성이 많은 직종에만 상여금을 줬는데 교육보조나 급식 업무를 한 여성 170명이 이런 대우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2년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이 금액안 7억6000만 파운드(1조7000억 원)다.

    버밍엄 시의회는 이를 부담할 재원이 없다고 밝히며 파산 선언을 한 것이다. 버밍엄 시의회의 파산 선언 배경이 동일임금 판결 때문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자체의 경우 이 같은 돌발 변수가 없더라도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 앞으로 2년 이내 파산 가능성이 있는 지자체만 26개다.

    우리나라 지자체도 영국의 지방도시들이 줄줄이 파산 선언하는 것을 마음 놓고 볼 수만은 처지다. 행정안전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대폭 감액하면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비상에 걸렸다. 세수부족 사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영국처럼 우리나라 지자체가 파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43조3000억 원이 부족, 세수결손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국세수입 규모를 올해 400조5000억 원보다 33조1000억 원 감소한 367조4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지출 예산(656조9000억 원)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율로 편성했다.

    행안부의 내년 예산 역시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올해보다 8조4000억 원쯤 줄어든 72조945억 원으로 편성됐다. 행안부 예산에는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가 포함됐는데, 이도 올해보다 8조5000억 원(11.3%)쯤 줄어든 66조7711억 원이 편성됐다.
  • ▲ 행정안전부 ⓒ연합뉴스
    ▲ 행정안전부 ⓒ연합뉴스
    이런 소식에 광역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전라북도는 비상이 걸렸다. 내년 지방교부세 1900억 원, 지방세 1150억 원 등 총 2050억 원의 세입 감소가 전망된다. 이에 더해 전북도는 올해 받아야 할 지방교부세 1조3320억 원 중 4200억 원을 현재까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영경비도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안을 검토 중에 있다.

    전북도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기준 23.8%다. 전라남도(23.9%), 경상북도(25.3%), 강원도(25.4%) 등도 재정자립도가 20%대에 머물고 있다. 전국으로 보더라도 재정자립도는 평균 45%에 불과, 50%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이 선심성으로 시행했던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들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그대로 놔뒀다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쪼들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성남시의 청년기본소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도입한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 청년에게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분기별로 25만 원(연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제도로,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일하던 2019년 경기도 전체로 퍼졌다.

    도입 당시부터 포퓰리즘 논란이 일었던 해당 사업은 청년들이 지원금을 자기계발보다는 생필품 구입에 사용하는 비중이 더 커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성남시의회는 내년 해당 사업을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올해까지만 이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성남시가 사업 의지가 없다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성남시는 3분기부터 청년기본소득 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돈이 없어 해당 사업을 중지한 셈이다.

    지자체들의 선심성 정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충청남도 서천군은 매년 관내 65세 이상 노인 90명의 해외여행을 지원해주는 안을 추진해 뭇매를 맞았고, 충남 보령시는 만 49세 이하 탈모증 환자에게 1인당 50만 원의 치료비를 지급하는 등 현금 살포 정책을 남발했다. 이에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에도 재정준칙 적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