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증액' 정비조합VS시공사 강대강 벼랑끝 대치한남2, 대의원-임시총회 모두 대우건설 재신임 유지홍제3, 시공계약해지 안건 상정 않키로…막판 조율중반포3주구·대치2단지 164억·112억원 배상금 물어줄판
  •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공사비 증액을 놓고 재개발·재건축조합과 시공사간 한치 물러섬 없이 강대강 벼랑끝 대치를 지속했던 도시정비시장에 모처럼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새시공사 찾기에 제동이 걸린 정비조합이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재협상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추석전 발표될 주택공급대책에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할 조정방안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와 다툼으로 공사중단 위기에 놓였던 일부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이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먼저 한남2재정비촉진구역(한남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지난 1일 열린 대의원회에 이어 임시총회서도 재신임을 받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집행부는 대우건설 '118프로젝트'가 고도제한에 걸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시공사 계약해지를 시도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시공계약을 해지할 경우 최소 1년 넘는 시간을 허비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공사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됐다. 

    그 결과 이달 1일 진행된 대의원회에서 '대우건설 재신임 여부를 총회에 상정하자'는 안건이 진행됐지만 '유지' 결과 많아 총회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조합장이 직권으로 지난 17일 임시총회를 결정하면서 이번 재신임 투표까지 이어지게 됐다. 투표결과는 총조합원 909명중 742명이 참여해 414명이 대우건설 손을 들어줬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해지후 새시공사를 선정하려면 최소 반년이상 사업이 지연되기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서 '일단 믿고 가자'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이번 직권상정 부결로 소위 조합장과 집행부 '끗발'이 급격하게 떨어진 만큼 추후 조합내부 갈등과 비대위 출범 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272-3 일대 11만여㎡를 재개발하는 것으로 공사비가 7900억원에 이른다. 한남뉴타운 5개구역중 3구역에 이어 두번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공사와 계약해지 수순을 밟았던 홍제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도 협상을 이어가기로 하며 갈등을 일단락했다. 홍제3구역 조합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건설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조합과 현대건설은 막판조율에 들어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현대건설이 홍제3구역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512만원이었지만 최근 898만6400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양측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사비 조율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현대건설이 조합운영비를 포함한 사업비 추가대여와 설계변경 등에 협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 전경. ⓒ뉴데일리DB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조합도 기존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과의 재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은 올 상반기 시공사업단이 3.3㎡당 공사비를 445만원에서 661만원으로 44%가량 인상하자 결별을 선언하고 새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었고 결국 재협상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공사비 인상이 조합의 시공사 교체시도를 촉발했지만 역설적으로 계약해지를 막아준 요인이 된 셈"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기보다는 새시공사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적 배경 탓에 조합과 시공사가 일시휴전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쩍 늘어난 소송부담도 갈등봉합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와 달리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건설사가 소송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부담이 커졌을 것이란 얘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제3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손해배상액 164억4062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해당단지 조합원은 약 1490가구로 가구당 환산하면 1000만원이상씩 내야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는 HDC현산이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앞서 조합은 HDC현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시공사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경합 끝에 최종적으로 삼성물산이 새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한 HDC현산이 조합결정에 반발하며 소를 제기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2단지'도 시공을 맡았던 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에 시공계약 해제조건으로 배상금 112억원을 물게됐다. 주택조합도 건설사를 상대로 맞소송을 냈지만 이에 대해선 기각됐고 해당 1심 판결에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정비업계에선 추석전 발표될 공급대책에 시공사와 조합간 충돌을 최소화할 공사비 조정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공급대책 핵심을 묻는 질문에 "잠겨있는 건설사들 돈을 금융지원을 통해 돌아가게 하고 원자잿값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공급난 핵심원인으로 건설사 착공감소를 지목하고 있는 만큼 업계 가장 큰 애로사항인 공사비 관련 조정방안이 대책에 포함될 것"이라며 "공급확대를 위해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현실적인 공사비 책정 및 검증시스템과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갈등중재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