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취임… 재무 정상화·전기료 인상 등 과제 산적"'제2의 창사' 각오로 환골탈태해야"에너지 플랫폼·신재생에너지 사업 주도·제2원전 수출 비전 제시
  • ▲ 2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2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상 최대의 재정난을 겪는 한국전력공사가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김동철 신임 사장은 천문학적인 부채·적자 등에 대한 재무 정상화 과제와 더불어 다가오는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검토 등 다양한 현안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김 신임 사장은 무엇보다 전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다만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뼈를 깎는 추가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20일 김 신임 사장이 제22대 사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광주 광산구에서 4선을 한 의원 출신이다. 한전의 62년 역사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 사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2014~2015년)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2015~2016) 등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제22대 김동철호(號) 한전은 시작부터 재무 정상화에 대한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다. 한전은 에너지 수입 가격이 판매 가격보다 비싼 역마진 구조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적자를 누적해 왔다. 올해까지 누적된 적자는 47조 원에 달한다. 한전의 총 부채는 201조4000억 원으로 설립 이후 최초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부채 비율로 따지면 무려 600% 수준이다.

    앞서 한전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총 25조7000억 원 규모의 자구책을 내놨지만, 적자 폭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지만, 지난해부터 매 분기마다 연속으로 인상해온 탓에 국민 부담이 가중돼 쉽사리 요금 인상을 추진하기도 여의찮은 상황에 처했다.

    김 사장은 이런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한전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제2의 창사'라는 각오로 결연하게 나아가야 한다"면서 "위기의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한전 스스로의 냉철한 반성 없이 위기 모면에만 급급하다면 위기는 계속되고 한전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2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 취임식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 2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 취임식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갈 방안으로 △에너지 신산업·신기술 생태계 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제2원전 수출 등을 꼽았다. 특히 '글로벌 종합 에너지 기업 전환'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의 구조와 틀을 벗어나 한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전기요금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김 사장은 에너지 신산업·신기술에 대해 "한전은 에너지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전후방 에너지 혁신 기업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에너지 신기술을 통해 전력공급 비용은 줄이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면서 에너지 신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두고는 "지난해 9%인 신재생 발전 비중이 오는 2036년에 30.6%로 늘어나면 신재생 전력구입비용도 10조 원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국민의 전기요금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며 "한전이 신재생 사업을 직접 수행하게 된다면 발전원가는 대폭 낮아지고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그만큼 흡수될 수 있다"고 말해 사업에 대한 적극 추진의지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제2원전 수출에도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한전은 이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사업의 성공적 완수로 원전의 설계·시공·유지보수에 이르는 전방위 역량을 세계에 입증했다"며 "한전은 원전 생태계 복원을 통해 원전 수출 강국의 위상 강화와 2030년 원전 10기 수출이라는 국가 목표 달성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기요금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김 사장은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가를 밑도는 전기요금은 에너지 과소비를 심화시키고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로 국가 무역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고려해 한전 차원의 자구책이 인상보다 선행돼야 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전의 뼈를 깎는 경영 혁신과 내부 개혁 없이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께 이미 발표한 기존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특단의 추가 대책도 강구하겠다"고 발언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의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통상적으로 다음 분기가 시작되기 전달 21일에 확정안을 발표하지만, 올 4분기에는 전기요금에 대한 핵심 결정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전 사장이 20일 동시 선임돼 일정을 다소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인상 여부는 추석 연휴를 지나 발표할 공산이 크다. 현재로서는 겨울철 '난방비 폭탄'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 인상을 단행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