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 감각·경쾌한 거동 어우러져 운전의 즐거움 만끽고급진 승차감, 효율적인 동력 전달과 연비 구현변속 울컥거림, 엔진의 진동·소음 아쉬움 남겨
  • ▲ 푸조 3008을 타고 강원도 춘천 일대를 시승했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푸조 3008을 타고 강원도 춘천 일대를 시승했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차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운전의 즐거움은 핸들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핸들링은 운전자가 차의 움직임과 조작감을 통해 전달받은 느낌을 포괄하는 표현으로, 좋은 차가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푸조 3008은 SUV의 차체를 가지고도 브랜드 특유의 핸들링 감각이 살아있어 운전하는 내내 즐거움을 줬다.

    7월 중순 강원도 춘천 일대에서 준중형급 SUV 푸조 3008을 주말을 포함한 3박 4일간 300km 넘게 시승했다.

    푸조는 운전할 때마다 특유의 감각으로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다. 푸조 차량들은 하나같이 경쾌한 거동과 더불어 기민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푸조 3008도 마찬가지였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과 경쾌한 차량의 움직임이 어우러졌다. 독일 브랜드들처럼 자로 잰 듯한 기계적인 느낌보다는, 쫀쫀하게 노면을 읽으면서 차량과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푸조가 자랑하는 운전자 중심의 인체공학적 디자인 ‘아이콕핏’과도 연결된다. 스티어링휠 위치를 낮추고 그 위로 계기판이 보이게 하는 것은 푸조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에 맞춰 SUV임에도 다른 차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시트 포지션을 갖추는 것은 덤이다.

    D컷 형상 스티어링휠 디자인도 좋고, 비행기 조종석 느낌을 주는 버튼류의 눌리는 감각도 인상적이다. 작은 부품과 장식, 수납 공간마다 심미적이면서도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 ▲ 실내는 아이콕핏을 적용해 운전자 중심의 실내 공간으로 구성됐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실내는 아이콕핏을 적용해 운전자 중심의 실내 공간으로 구성됐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탄탄한 댐퍼의 느낌과 하체 구성으로 차급대비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구현했다. 시트의 착좌감과 편안함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바에 걸맞게 탄탄하면서도 안락한 감각을 선사한다.

    전륜 기반 변속기 중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받은 아이신을 탑재해 기어비도 좋은 편이다. 단수 변화와 동력 전달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효율성을 강조하는 차라는 점이 강조된다.

    깔끔한 동력 전달은 운전자로 하여금 차량의 제원을 잊게 만든다. 1.2리터급 터보 엔진으로 130마력을 내는 차량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다. 시내에서나, 언덕길에서도 출력 자체는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평소에는 효율적인 엔진과 미션의 궁합을 자랑하지만, 스포츠로 주행모드를 바꿨을 때 엔진 회전수 변화가 뚜렷하다. 매끄러운 기어비 변화보다는 폭넓게 RPM을 가져가면서 예민한 스로틀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는 운전자로 하여금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 ▲ 후면부 테일램프는 푸조 디자인 정체성을 드러낸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후면부 테일램프는 푸조 디자인 정체성을 드러낸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효율적인 파워트레인을 뒷받침하는 것은 강건한 차체다. 차의 B필러 부분을 봤을 때 두께가 다른 차들보다 월등히 두껍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너링이나 급격한 차선 변경에서도 차체의 비틀림 강성이 강해 안정감을 유지했다.

    다만 변속기 2단에서 3단 변화의 울컥거림이 적지 않다. 이는 업시프트와 다운시프트가 반복되는 시내 주행에서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정차할 때도 브레이크를 섬세하게 밟지 않으면 울컥거림을 느낄 수 있다.

    예민한 브레이크와 둔한 가속페달의 부조화도 이질감을 주는 요소다. 브레이크는 초반 답력에 제동력이 몰려있어 조금만 세게 밟으면 금방 차가 앞으로 쏠리며, 적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가속페달은 초반 가속 때 깊게 밟지 않으면 변속 타이밍이 늦어져 앞 차와 거리가 벌어지기 일쑤다.

    생각보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도 있는 편이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정차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과 바닥을 통해 들어오는 진동이 불쾌함을 준다. 창문이나 하부로 들어오는 외부 소음만큼이나 엔진룸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강조돼 귀에 거슬린다.
  • ▲ 시승을 모두 마치고 난 후 트립 계기판에는 평균 연비 12.1km/L가 찍혔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시승을 모두 마치고 난 후 트립 계기판에는 평균 연비 12.1km/L가 찍혔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크루즈컨트롤과 연동돼있는 오토홀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오토홀드는 주행 중 정차까지만 지원하며, 재출발은 지원하지 않는다.

    뚜렷한 장점만큼이나 탈수록 단점들도 눈에 들어오는 건 푸조 3008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는 차로 여겨졌다. 타는 내내 편안하고, 핸들링이 즐거워 달리는 감각에 집중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푸조 3008의 또 다른 매력은 연비다. 이전부터 푸조의 디젤 모델들은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터당 20km는 쉽게 넘겼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이지만 연비 효율성을 체감하기는 충분했다. 시승을 모두 마친 후 트립을 살펴보니 복합 기준 공인연비와 비슷한 12.1km/L가 나왔다. 시승 중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연비가 좋지 않을거라 우려했던 건 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