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친정체제 강화시 내분 격화, 정국 혼란 부채질巨野, 노란봉투법 강행처리 등 국정 발목잡기 심화하나… 혁신 법안 올스톱 우려저성장·고금리 경제여건 최악… 전문가들 "지속가능 경제발전 위해 개혁 드라이브"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구속 문턱에서 빠져나왔다. 제1야당 대표의 구속이라는 기로에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분은 더 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국정 과제 전반에 대한 발목잡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여당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특혜와 쌍방울 대북송금,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26일 오전 10시7분쯤부터 오후 7시24분쯤까지 총 9시간17분 동안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검찰은 이 대표 연루 사건을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후진적 정경유착' 등으로 규정하고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구속기소) 씨와 김성태(구속기소)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유착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제1야당 대표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유 부장판사가 혐의와 관련해 궁금증을 표하면 직접 보충 설명하고 검찰 주장에 근거를 제시하라며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를 마친 뒤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법원에서 16㎞쯤 떨어진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피의자 대기실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이 대표는 영장 발부가 기각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유 부장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 빨간불 켜진 국회.ⓒ연합뉴스
    ▲ 빨간불 켜진 국회.ⓒ연합뉴스
    이 대표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정국은 안갯속으로 더 빠져들 전망이다. 당무에 복귀하는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손상된 리더십 복원을 위해 당 장악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3선의 홍익표 의원은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힘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지원했던 홍 신임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는 "당 대표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는 단결된 힘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등 친명 색채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 친정체제가 굳어지면서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갈등은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 대신 '체포동의안 가결파' 배척을 택한다면 이른바 '공천 학살'로까지 이어지며 최악의 경우 분당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분위기 반전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면 정기국회에서 소위 국정 발목잡기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야(巨野)인 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특히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의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민주당이 '보복 입법'하듯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 ▲ 경기둔화.ⓒ연합뉴스
    ▲ 경기둔화.ⓒ연합뉴스
    문제는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여건이 녹록잖은 상황에서 주요 경제·민생 법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5.5% 줄어들었다.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콜롬비아를 제외한 37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50.2%)와 에스토니아(-19.4%), 리투아니아(-16.4%)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수입은 OECD 회원국 중 감소 폭이 최고였다. 한국의 7월 수입은 1년 전보다 25.4% 줄었다. 수입이 20% 이상 줄어든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2위 핀란드(-17.9%), 3위 일본(-17.4%)과의 격차도 7%포인트(p) 이상 났다. 수출입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 들어 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도 더딘 수출 회복세와 치솟는 국제유가에 점차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해 고금리·통화긴축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연준이 예상한 내년 말 기준금리는 5.1%로, 이는 앞선 6월 전망치 4.6%보다 0.5%p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하가 훨씬 더 느린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설상가상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1.5%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20일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를 내려잡진 않았으나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1.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 ▲ 규제 개혁.ⓒ연합뉴스
    ▲ 규제 개혁.ⓒ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정부·여당이 극심한 정국 혼란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방향이나 청사진을 제시해 본 적이 없다"고 쓴소리했다. 이 교수는 "수출이 어려우니 소비, 내수를 진작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해집단이 얽혀 있어 (녹록잖다)"면서 "구조적인 문제, 규제를 풀어야 한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여러 규제에 묶여 경제성이 떨어지는 데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경제학 박사인 이성구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이사장도 "정부·여당은 중대재해법 등 문재인 정부가 망가뜨린 시장의 악법을 개혁하고 고치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문재인 시즌 2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이사장은 "특히 부동산 개혁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교육·노동개혁과 달리 잘만 하면 반년 만에도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바뀐 게 없다"면서 "(왜곡된 것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지표가 혼란스럽게 바뀔 수 있는데 괜히 손댔다가 그런 쪽으로 (지표가) 움직이면 욕을 먹을까 봐 가만히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 경제의 기반을 굳건히 할 때인데 (총대를 메고) 개혁할 용기 있는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구조적인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지금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일본과 달리) 고령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어 근본적인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생각보다 빠른 내리막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전 의원은 "(정부가) 구조개혁을 얘기한다. 당장 반도체 혁신 클러스터나 새로운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로드맵 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정말로) 우리 젊은이들이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럴 수 있게 (여건·정책 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정책에 대한) 접근성과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