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 앞두고 인력 충원, 물류센터 확충 등 준비작업 한창고객 신뢰확보, 잔존가치 제고…업계 지원책 마련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피해 감소, 상승효과 기대
  • ▲ 중고차매매단지에 차량이 늘어선 모습 ⓒ뉴데일리
    ▲ 중고차매매단지에 차량이 늘어선 모습 ⓒ뉴데일리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고차 사업 개시가 임박한 가운데 투명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던 중고차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10월 중순, 늦어도 11월에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3월 중소벤처기업부 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 판매업을 해당 분류에서 제외하면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사업을 위한 준비 작업들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사업 개시 시점을 짐작케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경기도 용인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에 구축 중인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는 이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양사는 현재 인증 중고차 출하와 관리, 고객 상담, 판매 등을 담당할 인력도 충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와 별도로 경남 양산에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마련해 이달 개장할 예정이다. 양산에 개장하는 통합 중고차 물류기지는 3만평 규모로 상품화 공장 외에 전시공간과 등록, 출고센터가 들어서며 연간 1만5000대 가량을 상품화할 전망이다.

    기아도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마쳤다. 중고차 성능·상태 진단과 더불어 ▲상품화 ▲품질인증 ▲전시·시승 등의 고객체험을 담당하는 ‘리컨디셔닝센터(가칭)’를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컨디셔닝센터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점차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2015년부터 영위하던 인증중고차 사업을 올해 7월말까지만 운영하고 종료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하반기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을 앞두고 현대차·기아는 판매로, 현대캐피탈은 금융 서비스 제공 등으로 역할을 구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5년·10만km 이내 조건을 충족하는 자사 중고차만 취급하는 만큼 신차급 차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임직원 내차팔기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이 타던 차량을 매입해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전용 온라인몰에 접속해 방문 평가 신청을 하고, 전문평가사가 방문해 차량 견적을 내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고 온라인 플랫폼도 개발 중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개선할 방침이다. 매입한 차량들의 판매도 100% 온라인으로만 이뤄질 예정이다.

    신차급 중고차에 판매 대수도 한정된 만큼 기존 중고차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각각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2024년 4월 현대차 2.9% 기아 2.1%, 2025년 4월 현대차 4.1% 기아 2.9% 등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점유율 상한선 설정에 따라 2026년에도 최대 10대 중 1대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예상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보다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매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기준 연간 270만대로 신차보다 100만대 이상 많고,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이르지만 규모에 비해 성숙도는 낮다는 평가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거래 앱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진출에 대해 5점 만점에 4점으로 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중고차 중개·매매 피해 상담 건수는 4663건에 달했다. 성능 기록부 조작은 물론 허위매물과 사기, 강매 등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진출 당위성을 확보한 현대차그룹은 구매고객과 보유고객이 모두 만족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며 “잔존가치 제고를 통해 고객의 실부담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증중고차를 바탕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다양한 사업모델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통합 정보 포털을 오픈하고, 차량을 판매한 소비자가 신차구매 시 할인해주는 보상판매 등을 기획하고 있다. 기아는 ‘선구독 후구매’ 프로그램을 통한 중고차 구독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물량은 중고차 매매업계에 공급함과 동시에 중고차산업 종사자 대상 교육 등 지원책도 밝힌 만큼 긍정적 역할도 기대된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제조사의 시장 진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상승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 대기업 진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상승과 더불어 양질의 매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며 “양질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시장 전반의 정화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