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6·7월 물가 2%대…한 달만에 3%대 상승지하철요금 인상 등 공공요금↑…물가자극 우려세수펑크에 확장재정도 무리…금리인하 카드도 부담
  • ▲ 대형마트 ⓒ연합뉴스
    ▲ 대형마트 ⓒ연합뉴스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경기부양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지만,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정책 전환 타이밍을 잡기가 애매해지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상저하고(上底下高)'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선 하루 빨리 물가를 안정시킨 뒤, 경제 정책을 경기부양으로 전환해야 한다. 갈 길이 바쁜 셈이다. 하지만 고유가와 이상기후로 인한 과일·야채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 지난 6월 2.3%, 7월 2.3%로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8월 3.4%에 이어 9월 3.7%까지 오른 것이다.

    물가가 2%대를 기록했던 7월과 8월에는 석유류값이 각각 -25.9%, -11%를 기록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렸지만 9월에는 -4.9%로 석유류값 하락 폭이 크게 축소되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축·수산물도 3.7% 상승했는데, 이 중 농산물이 7.2%로 크게 올랐다. 특히 사과 54.8%, 복숭아 40.4%, 귤 40.2% 등 신선과실이 24.4%나 상승했다. 이는 2020년 10월 25.6%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제부터라도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 2%대로 안착한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유류가격도 치솟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796원, 경유는 리터(L)당 1701원이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공요금 인상도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다.
  • ▲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은 오는 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되는 데다, 한국전력은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0조 원이 넘는 부채에 존립 위기까지 겪고 있는 한전은 최근 사장까지 교체하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약속대로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한다면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45.3원을 인상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한다면 25.9원 인상이 이번에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 선에서 최대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지만, 이미 서울시 등 여러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요청으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뤘다. 전기요금의 경우 더 이상 인상 없이 한전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으로 가격인상을 미뤘던 유업계과 주류업계 등 식품업계도 유제품과 맥주 등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결국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위한 다른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물가를 잡겠다고 곧바로 금리 인상 등의 긴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는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야당이 '세수펑크'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확장재정을 주장하는 것도 경기부양을 위한 이유다. 다만 정부는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푼다면, 이것이 결국 '나라빚'이 된다며 추경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 등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꺼내 들기에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와 더불어 급증한 가계부채,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 등도 부담이다.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조 원쯤의 세수감소가 예상 됨에도, 물가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동절기 난방비 대책과 배추·무 할인지원 등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동절기 난방비 대책을 이달 중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