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국토부, ICAO 기준개정 기다릴 방침구, 도심 노후화·주민 재산권 침해 '골머리'고도 완화해도 비행 문제없다는 연구도 있어
  • ▲ 아파트와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 아파트와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지역구 오랜 숙원사업인 '고도제한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서울시와 강서구가 그 시점을 두고 입장차를 보여 지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입후보자들은 오는 11일 치러질 투표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 강서구 고도제한 완화 및 구도심 개발 관련 주도권 잡기 위해 분투중이다.

    강서구는 김포국제공항이 인근에 위치해 전체면적 97.3%가 57.8m 고도제한으로 묶여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현행 공항시설법 34조(장애물의 제한 등)는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공항개발 기본계획 수립 당시의 고시에 표시된 장애물 제한표면보다 높은 건축·구조물 및 그밖의 장애물 설치·방치를 금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지역개발이 제한돼 도심 노후화와 주민 재산권 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화곡1동은 평균주택노후도가 69%에 달하며 폭 4m이하 좁은도로에 반지하 건축물만 전체 60.1%를 차지하고 있다.

    고층개발이 막혀 사업성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저층인 빌라가 많이 들어섰고 이는 강서구가 서울 25개 자치구중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앞서 2015년 항공법(현 공항시설법) 개정으로 공항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국토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기준 개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ICAO는 유엔 본부 산하 국제기구로 국제 민간항공기술·운송·시설 등 국제기준을 맡고 있다. 고도제한에 이 기준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높이 완화를 위해서는 국제기준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ICAO는 고도제한 관련 국제기준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건물 높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한 제한표면(OLS) 방식을 '금지표면'과 '평가표면'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건물 높이를 규제한 금지표면은 지금보다 줄이고 해당국이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평가표면은 넓힌다는 것이다.

    ICAO는 지난 5월 관계 전문가와 항행위원회 검토 등 내부 절차를 거쳐 개정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개정안은 2025년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28년 시행될 예정이다.
  • ▲ 서울의 한 빌라촌.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빌라촌. ⓒ뉴데일리DB
    시와 국토부는 2028년 11월 국제기준 개정 시기에 맞춰 세부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구는 이보다 빠른 시일내 고도제한 완화가 이뤄지길 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토부를 찾아 고도제한 완화를 촉구하는 6만6000여명의 주민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건의문도 제출했다.

    건의문에는 △국내법상 미제정된 고시 제정을 통한 항공학적 검토제도 조속 시행 △김포국제공항 주변 장애물 등을 감안한 고도제한 완화 추진 △ICAO에 국제기준 개정일정 준수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구 '민선8기 공약사업 실천계획서'를 보면 구는 민·관 협력과 주민지원을 통해 2026년 고도제한 완화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한 재정소요액 추계는 4년간 1억8500만원에 달한다.

    구청 관계자는 "ICAO에서 체약국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개정초안을 보내줬고 10월까지 의견조회기간"이라며 "이같은 절차가 진행되면서 당초 2026년 개정이 완료될 예정이었던 것이 2028년으로 지연됐다"고 말했다.

    박창순 공항고도제한완화 추진위원장은 "전문기관 몇 군데를 방문해 검토한 결과 현재 ICAO에서 마련한 개정안이 추가로 수정될 여지는 크지 않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개정안이 다 마련된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끌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8년보다 이른 시기에 고도제한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구청장 TV토론에 나온 한 후보자는 법적·항공학적으로 검토해 행정규칙 등을 만들어 활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의 실현성에 대해 박창순 위원장은 "항공시설법 시행규칙을 제정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서도 "이는 국토부에서 진행해야 하는 절차지만 우리 마음과 달리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탓에 아쉬움이 많다"이라고 했다.

    이와관련 시 또한 국토부에 지속 건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역시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것이 박 위원장 설명이다.

    아울러 구는 지속적으로 고도제한 완화가 비행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2014년 구가 발표한 '김포공항 주변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해발기준 119m에서 162m까지의 장애물은 항공기가 비행할 경우 시계비행절차에 악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계기비행절차에 대한 안전성 연구에서도 해발기준 176m에서 209m까지의 고도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해발 119m까지 고도가 완화돼도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다. 이는 현행 제한높이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고도제한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는 있지만 그 시점을 두고 시·국토부·구가 엇박자를 내 주민들 혼란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곡1동에 위치한 A공인 관계자는 "고도제한 완화가 빨리 됐으면 하는 주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시와 구가 걸음을 좀 맞춰야 하지 않겠나하는 마음"이라며 "최근 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들도 이를 많이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라 관심이 높아진 때에 추진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고도제한 완화는 화곡동에서 추진중인 모아타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고도제한이 문제가 되는 건 용적률을 다 못 찾아 먹는다는 것"이라며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그만큼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모아타운과 같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분담금도 줄일 수 있고 사업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