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EU 심사에 합병 당위성 ‘재조명’슬롯 반환에 국부 유출 논란,본질 흐려 아시아나 화물 부문 매각, LCC에 새로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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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 몽니에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유럽노선 독과점을 이유로 심사가 길어지자 일각에선 합병에 대한 회의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당초 기업결합을 추진하게 된 당위성에 주목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내로 EU 경쟁당국에 시정 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양사의 기업결합은 2020년 11월 시작돼 3년째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현재 EU와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승인만 남아있다.

    EU는 당초 올해 8월3일 합병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레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심사 종료 기한을 10월로 미뤘다. 합병 반대가 아닌 심사기한 연장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기업결합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는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최근 EU가 지적한 독과점 해소 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을 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떠오르면서 반쪽짜리 기업결합이 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새어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기업결합이 국내 항공산업 생존이라는 당위성 아래 정부 주도로 추진된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짚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과 중·단거리 국제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으로 시장 점유율과 공급당 수익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가는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를 위해서도 양사 통합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을 구조적으로 개편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대규모 공적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합병이 무산되면 이 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산은이 그간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만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최악의 경우 양사 기업결합이 무산된다고 가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업황 호조에 따라 벌어들인 현금으로 빚을 갚아나간다고 해도 자생까지 상당수 시간이 걸려 제3자 매각이 불가피한데, 새 주인을 찾는 과정 또한 험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741%다. 고금리까지 겹치며 늘어난 이자 비용 때문에 영업이익이 나도 순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한 슬롯 반환에 따른 국부 유출 논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과 미주의 경우 여객 중복노선에 대한 시정조치는 국내 LCC를 대상으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또한 외국 항공사가 아닌 국내 LCC를 대상으로 추진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양사 중복노선과 화물사업이 국내 LCC로 대체되기 때문에 국내 항공시장의 전체 공급에는 영향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국내 LCC들에게 장거리 여객 시장과 화물사업이라는 신규 시장의 진입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의 유럽 노선 슬롯을 반납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항공자유화 노선으로 언제든 증편이 가능하며 독일도 사용되지 않은 운수권이 있을 정도로 운항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수요 증대에 따른 대응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 편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대규모 고정자산 투자를 기반으로 운수권, 슬롯과 같은 항공자원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하는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의 활발한 합종연횡이 바로 그 이유”라며 “통합 항공사가 출범할 경우 노선망과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