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액 전년비 110% 증가완성차 업체 가격경쟁력 높은 LFP 탑재 속도국내 배터리사, 원료 공급망 재편 등 美 시장 주목
  • ▲ 테슬라 모델 y. ⓒ 테슬라 홈페이
    ▲ 테슬라 모델 y. ⓒ 테슬라 홈페이
    중국산 'LFP 배터리'의 기세가 무섭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장착을 서두르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 한때 주목받지 못했던 LFP 배터리가 일진으로 급부상하면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생산이 주력인 국내 배터리 업체도 LFP 양산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산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액은 44억7000만달러(약 6조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6% 증가했다. 올해 전 세계에서 수입한 전기차용 배터리는 46억3000만달러 규모인데 중국산이 9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제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들은 제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주력 모델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인 토레스 EVX에 중국 업체 비야디의 LFP 배터리를 장착해 보조금 수령 시 소비자가 3000만원대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 캐스퍼도 내년 LFP 배터리를 단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에, 기아차가 니로 EV·레이에 CATL 등 중국 업체들의 배터리를 장착해 판매하는 등 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서 보급형 차량을 중심으로 중국산 배터리 채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LFP배터리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 배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 개발로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LFP배터리의 시장 점유율도 오르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이듬해 25%, 2022년 31%로 급증했다. 내년에는 삼원계 배터리를 추격한 6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LFP배터리를 탑재를 완료했다.

    이런 흐름에 국내 기업들도 기존 NCM 배터리에서 LFP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서 처음으로 LFP를 양산할 예정이며 삼성SDI은 울산 공장에 LFP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SK온도 빠른 시일 내에 양산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소재 기업도 LFP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은 미국 IRA에 따라 LFP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의 공급선 다변화에도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40% 이상을 미국 혹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한다. 오는 2027년에는 광물 비율이 80% 이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FP배터리는 중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향후 미국 시장을 비롯해 한국이 생산한 LFP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탈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점유율 확보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의 산을 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LFP 배터리의 90% 이상은 중국산인 데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LFP 배터리의 약점을 보완한 제품을 내놓고 있어서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 1위인 CATL은 지난 8월 '10분 충전'에 '400km'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신제품을 공개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이르면 내년 초 신제품 공개를 선언한 상황에 CATL의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커진 분위기다. 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LFP 개발에 뛰어는 들었지만 본격적인 양산 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당분간 중국 업체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전기차 엔트리 라인업에서 LFP 채택이 확대되는 상황이어서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NCM뿐만 아니라 성능을 보완한 LFP 등 저가 배터리 개발에도 집중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