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HF, 기존 15조원서 25조원으로 PF보증 규모 확대고금리·인플레 등 업황 침체 장기화…부실 범위 커져"공공기관 건전성까지 저하될수도…충분한 검토 필요"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국토교통부가 올 추석 연휴 직전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9·26 대책)'의 후속 조치 일환으로 부동산 PF 대출 보증 규모 확대를 추진한다.

    하지만 현재 분양보증사고 및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PF 보증 확대를 통한 분위기 개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김오진 1차관 주재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세부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민·관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0일부터 공적 보증 확대 조치를 시행해 업체들이 PF 보증 혜택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9‧26 대책을 통해 자금조달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HUG의 보증 확대는 이 방안 중 '부동산 PF 대출 보증 규모 확대'에 대한 후속조치다.

    우선 HUG는 PF 보증 공급 목표를 15조원으로 확대하고, 대출한도 역시 기존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로 늘린다. 또 심사 요건을 대폭 완화해 PF 대출 보증 신청시 요구하던 '시공능력평가 순위 700위 이내' 기준을 폐지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PF 보증 요건도 완화한다. 미분양 PF 보증은 5조원 공급을 목표로 1월 출시됐지만, 현재까지 이용 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당국은 분양가의 5% 이상을 할인해야 보증을 제공하는 기존 요건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발코니 확장 비용 △옵션 할인 △공사비 현실화 등을 요건에 추가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또한 현행 5조원인 보증 규모를 10조원 늘리고 'PF 정상화 펀드'를 출시해 발을 맞춘다. 이 펀드는 비수도권 사업장을 우대해 미분양 물량 해결을 도모할 예정이다.

    HUG와 HF의 PF 대출 보증 규모가 총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된 것은 주택공급절벽에 직면한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건설사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워 주택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게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종합건설업체 폐업과 분양보증사고 건수가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건설업 불황이 지속하고 있어 PF 부실로 이어질 범위가 확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건설경기 침체로 문을 닫은 건설사 수는 17년 만에 역대 최다를 지난달 기록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을 보면 올 들어 9월까지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0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1건보다 두 배가량 많고, 2006년 435건 이후 최대치다.

    분양보증사고 건수 역시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HUG에 의하면 올 들어 8월까지 발생한 분양보증사고는 모두 9건으로, 사고액은 4881억원에 이른다. 분양보증사고는 지난 2년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금리·시장침체 등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건설사들이 속출하면서 건수가 급증했다.
  • ▲ 서울의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때문에 일각에서는 PF 보증 확대만으로 건설사의 적극적인 사업 진출을 유도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의 주택착공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탓도 있지만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 상황과 원자재가격·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올라 사업장 수익성이 떨어진 까닭도 있다.

    실제 올 초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에 후순위 연대보증을 섰던 440억원을 전액 상환하고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2년 전 시공권을 확보했을 때보다 공사비가 급증해 수익을 내려면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울산 청약 분위기상 분양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고금리 기조는 실수요자들에게도 대출이자 부담 증가로 작용해 매수심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KB부동산이 현직 부동산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부동산 시장의 지난달 매수우위지수는 41.4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값이 100보다 낮을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뜻한다. 즉 주택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PF 확대 조치는 정부의 공급절벽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실효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이 이상의 방안이 없을 것"이라며 "주택공급은 민간에서 활성화돼야 하는데 기업의 경우 수익성·분양성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PF 보증을 늘리는 것은 그나마 현재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이라도 준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보증 확대는 결국 PF 대출이 막히면 공사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액션을 보여준 것"이라며 "단순히 PF 대출을 늘리는 것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결국 공급절벽에 대한 당국의 두려움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사업장 규모나 사업성, 사고 미발생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보증액과 한도를 올리는 것이 당연히 건설사 입장에서 도움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장 규모와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PF 대출을 다 챙기려다 보면 부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형 사업장에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동대표는 "결국 PF 보증이 잘못됐을 때 공공기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정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현장의 사업성·분양성·사고 미발생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만 공공기관의 부실과 세금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