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꼼수와 겁박의 노동탄압"… 노동자 사망사고 언급하며 맹공이정식 장관 "중처법·산안법 등 文정부서 개정한 것"… 화살 돌려근로시간 개편 설문지 제출 두고 고성 오가… 野, 장관 사퇴 요구도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12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두고 첨예한 공방전을 펼쳤다. 야당은 노동부가 노동조합과 저임금 노동자 등을 탄압하는 정책으로 '노동자를 때려잡는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맞서 여당은 야당이 문제 삼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개정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책임을 돌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민주당 8인, 국민의힘 5인, 기타 야당 1인 등의 의원이 각각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정책을 정조준하는 모두발언으로 국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는 노조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부터 노조 회계 공시를 시행해 세액공제와 연계하기 시작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면서 "지금의 노동정책을 반노조 정책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 노조와의 대화와 타협이 없는 노동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약자 보호를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 법치주의를 현장에 확실히 뿌리내리겠다"면서 "노조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공시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을 지원하고, 근로시간 개편은 설문조사 결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투명하게 설명하고 보완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 장관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문제 삼았다. 앞서 노동부는 주 최대 52시간인 근로시간을 월·분기·연 단위로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사실상 '주 69시간제'와 다름없다는 오해와 비판이 불거지자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노동부는 지난 6~8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결과는 내년 초쯤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다 끝났는데도 그 결과를 제출하지 않고, 설문지만이라도 제출해 달라 하는데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숨길 이유가 없는데 이해되지 않는다. 곧바로 설문지부터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설문지 구성과 결과 분석 등에 따른 제도개편 방안이 일체로 묶여있다. 일부가 왜곡돼서 혼란이 야기되면 차분한 제도개선 논의에 도움되지 않는다"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전문가에게 맡겨서 결과와 제도개선 방안 등이 모두 나오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숨기는 게 아니라 전부 완성된 형태로 공개하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에 납득하지 못한 진 의원이 발언권을 얻지 않고 목소리를 내면서 여야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진 의원은 일단 설문지를 제출하라는 주장을 재차 했고, 여당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야당을 제지했다.

    민주당이 이에 굴하지 않고 비판 수위를 올리면서 갈등은 고조됐다. 민주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이미 조사가 끝났기 때문에 설문지 문항을 보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노동부는) 이것도 숨기고 싶고 저것도 숨기고 싶은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해놓고 그야말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앞에서는 그렇게 말해 놓고 뒤에서는 노동자를 때려잡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언제 때려잡았느냐"고 반발하면서 양 의원 간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의원은 "노동자를 생각 좀 해라. 노동자가 죽어나가고 있다"고 외쳤다. 이어 DL이앤씨(옛 대림산업)에서 벌어진 노동자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올해 대림에서 8명 죽은 건 뭐냐. 왜 죽게 놔두고, 왜 중처법 제대로 작동 못하게 하냐"면서 연신 비판을 쏟아냈다.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민주당은 노동자 사망 사고를 주로 언급하며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까지 불거졌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엊그제도 건설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한 분이 사망했다. 윤 정부의 엉망인 노동정책 중 가장 심각한 부분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해당하는 산업 안전의 후퇴"라면서 "중처법은 올 8월 말까지 입건된 166건 중 단 2건만 검찰 송치가 됐고,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시행됨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산재예방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중처법을 어겨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위험한 신호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현행 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데도 계속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국회에서부터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중처법 시행령 연구용역은 사실 문 정부에서 했다. 법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경제적 제재인데 이것도 문 정부에서 산안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 중지 요건과 범위 등을 대폭 줄여놨다"면서 "옛날에는 전면 중지를 근로감독관이 선제적으로 할 수 있었고 기업들이 그걸 두려워했는데 그것을 문 정부에서 줄여 놨다"고 꼬집었다.

    중처법의 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구속 사법 처리를 할 때 노동부는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한다. 이건 감독관, 검사, 판사, 법원 등 사법체계 내에서 전부 다를 수 있는 문제"라면서 "이걸 일률적으로 윤 정부가 해내라고 하면 어떤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우 의원은 이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장관에 대해서 노동운동 이력으로 장관까지 나온 배신의 귀족 노동이란 비판이 있다. 후배들에게 이런 비판을 더 받지 말고 이제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장관은 "지금껏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가치관과 양심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았다. 제 직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사망사고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올 5월 LG디스플레이에서 40대 직원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주 69시간제 노동시간 계약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러 회사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이런 노력을 쏟는 게 바로 노동 존중 사회다. 윤 정부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양두구육이자 꼼수와 겁박의 노동 탄압이라 불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양두구육이나 꼼수 등의 표현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후에 산입 범위를 확대하고, 산안법을 전면 개정하는 이런 행동들이 꼼수"라면서 문 정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는 "주 69시간을 추진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장의 애로와 국민이 불편해하는 내용들을 담아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곧 국민께 소상하게 알려드리겠다"고 해명했다. 

    여당도 문 정부 실책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방어에 나섰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5일 감사원을 통해 드러난 문 정부의 부동산 가격·소득분배·고용 등에 대한 국가 통계 조작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 발표 하루 전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를 공유하며 집권 기간에 고용률이 사상 최고라는 등 자화자찬을 SNS에 늘어놨다"면서 "이 보고서의 작성자인 김유선 이사장은 대표적인 소득주도성장 개찬론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 정부가) 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일감을 줬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용역 발주나 수행 과정 등에서 법령 위반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