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 무용론…실질 지표 요구 목소리 "타 업권 연체율 계산 방식, 증권업계 일괄 적용 불합리""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아" vs "부실 우려 커 건전성 관리해야"
  • ▲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최근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현재 산출되는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실질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든 금융권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부동산 PF 연체율 계산법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동산 PF 부실이 내년 금융산업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7.28%로 3월 말 대비 1.40%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말 10.38%로 두 자릿수에 진입했고, 올해 3월 말(15.88%)에 이어 석 달 새 오름세를 보였다.

    외부에선 증권사들의 높은 PF 대출 연체율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같은 금융권인 은행, 상호금융, 보험업계의 연체율이 각각 0.23%, 1.12%, 0.73%로 낮은 것과는 대조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저축은행(4.61%), 여신전문금융사(3.89%) 등 여타 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보다도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 및 유동성 위기 우려가 확대됐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높은 부동산 PF 연체율을 지적했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PF는 엄중히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라며 "15%를 넘는 연체율에 대해선 도저히 공감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국은 그간 증권사를 상대로 추진해 온 연체율 관리 방안을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현재 적용하고 있는 부동산 PF 연체율 계산법이 증권사의 환경에 비춰봤을 때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PF 연체율은 연체 금액을 대출채권으로 나눈 값이다. 이 계산 방식은 권역과 상관없이 모든 금융권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대출채권보다 채무 보증 규모가 훨씬 큰 증권사의 특성상 연체율의 수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는 타 금융업권과 달리 채무 보증을 많이 서는데, 부동산 PF 연체율을 계산할 때 이를 제외한다"라며 "연체 금액을 분자, 대출 채권을 분모로 놓았을 때 채무 보증 규모가 제외되니 표면적으로 수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의 실질적인 건전성을 제대로 보려면 채무 보증과 대출채권을 함께 분모에 넣고 계산해야 한다"라며 "현재 적용 중인 연체율 자체는 외형상 지표일 뿐, 증권사들의 실질적인 현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채무 보증 규모는 22조927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5조5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 증권사들이 위험한 것이 아닌데 연체율 지표를 다른 업권과 통일해서 쓰다 보니 계속 비교가 되곤 한다"라며 "그러므로 표면적인 연체율이 낮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부동산 PF는 여전히 최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간, 부동산 PF 부실을 유의할 변수로 지목하며 내년 금융산업이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특히 비은행업권은 자영업자, 한계기업, 부실 부동산 PF 사업장 등의 부실 우려가 상대적으로 커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금리 인하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이 표면화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도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난 아파트 시장 수요 회복세가 제2금융권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자산건전성과 최종적인 회수 가능성을 개선하는 데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아직 투자용 부동산 시장의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며 "이를 고려할 때 최근 일부 부동산 시장의 수요 반등이 브릿지론의 자산건전성 등을 개선하는 효과 역시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