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사우디·이란 반발전쟁 확전·장기화 조짐…25억달러 수주물량 '어쩌나'네옴 등 프로젝트 지연될수…MOU사업 무산 우려"공사비 지급체계 열악…미수금 리스크 대비해야"
  • ▲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건물. ⓒ연합뉴스
    ▲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건물. ⓒ연합뉴스
    잇따른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제2 중동붐'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본격화하면서 중동 정세가 더욱 악화된 까닭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이 무기한 지연 및 중단되거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건설업계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0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간 전쟁이 전면전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 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경고하면서 확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도 미국을 통해 지상군 투입에 단호한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지속될 경우 사우디와 미국간 관계도 틀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2 중동붐'을 기대하고 있는 건설업계도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전쟁이 확전할 경우 기수주한 대형 프로젝트가 지연 또는 중단돼 그간 성과가 빛이 바랠 수 있어서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건설업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 순방에 발맞춰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인 '원팀코리아'가 총 25억달러(3조3600억원) 수주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이·팔 전쟁으로 '해외건설 수주 350억달러'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나온 성과라 의미가 더욱 컸다.

    우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24억달러(3조2000억원) 규모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 프로젝트' 계약을 따냈다. 본 사업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중동 최대 셰일가스 매장지인 자푸라 지역에서 추진하는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다.

    이밖에 △네온 옥사곤 내 첨단건설 협력 MOU(삼성물산·네옴)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MOU(KT·현대건설·사우디 텔레콤) 등도 체결됐다.
  • ▲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회담을 마친 뒤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회담을 마친 뒤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달아올랐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우디는 중동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만큼 확전시 손을 놓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제2 중동붐'의 핵심인 사우디가 전쟁에 말려들어갈 경우 국내 건설사들이 수행 중이거나 참여 예정인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우디가 직접 전쟁에 뛰어들 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간접적으로라도 전쟁에 관여할 경우 네옴이나 주요 플랜트 사업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는 다른 중동 국가보다 사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전쟁은 또 다른 얘기"라며 "특히 MOU 단계에 머물러 있는 프로젝트는 전쟁 여파로 본계약 시점에서 조건이 바뀌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전쟁을 계기로 고질적인 공사비 미수금 문제가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해외건설협회와 각 건설사에서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발주처에서 1년 이상 못 받고 있는 장기 미수금은 총 1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가별로 보면 이라크가 53.5%로 가장 많았고 △이집트 12.8% △베트남 9.43% △리비아 6.45% △인도 4.11% 등이 뒤를 이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발주처 재정 악화(61.4%) △합의 지연(12.9%) △전쟁·쿠데타 등 국가위험(9.05%) 등 순으로 많았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공사비 지급 관련 체계가 열악해 현지 정세나 지도층 변화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발주처가 '지급 불가'를 선언하고 버티면 소송을 걸어도 공사비 회수가 어려워 정부 차원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 발주가 성장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간 무력충돌은 해외건설시장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쟁이 확전 및 장기화할 경우 유가 폭등, 세계경제 침체 등과 겹쳐 해외 발주 환경과 수주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