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치 일감 확보, 5주마다 선박 진수식 진행 1도크에만 LNG선 4척 동시 건조, 야드 내 30여척 건조 중전 세계 최초 조선소 내 연구센터 운영, 친환경 기술 선도
  • ▲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화오션
    ▲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화오션
    지난 27일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조선소. 여의도 면적의 1.67배에 달하는 거제 사업장에는 웬만한 고층 빌딩보다 큰 선박들이 웅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10여년 만에 돌아온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불황을 말끔히 씻어낸 거제사업장 곳곳에선 철판을 자르고 용접하는 ‘배를 만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날 조선소 내 도크(선박 건조장) 5곳을 포함해 야드 안벽에 계류, 건조 중인 선박만 총 30여척에 달했다. 철판을 자르며 선박 블록 제작을 시작한 선박부터 도색 마무리 작업을 벌이는 선박까지 진행되는 제작 공정도 다양했다. 한화오션 직원은 현재 5주에 한번 꼴로 진수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수식은 새로 건조한 배를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절차다. 일감이 차고 넘친다고 부연하는 직원에 목소리엔 희망의 생기가 엿보였다.

    거제사업장의 중심인 1도크에는 LNG운반선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었다. 이 4척의 가격만 해도 1조원이 훨씬 넘는다. 한화오션의 제 1도크는 길이 530미터, 폭 131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작업장으로, 다양한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도크에 이어 2도크도 내년부터 LNG운반선 연속 건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기자가 승선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식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이달 30일 진수식을 앞두고 오렌지빛 도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높이 45미터, 길이 366미터로 아파트 15층 규모와 맞먹는 이 선박은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ME-GI 엔진)과 고망간강을 사용한 LNG 연료탱크가 적용된 VLCC로, 한화오션 스마트십 솔루션인 HS4 등 회사의 최신 기술을 대거 적용됐다. LNG 연료창을 탑재한 VLCC는 이 선박이 세계 최초다.

    이중연료 추진엔진은 LNG 또는 선박용 연료(벙커C유 등)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각 나라별 환경규제 요건에 따라 적절하게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오션은 국제해사기구 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 대응을 위해 LNG운반선뿐 아니라 컨테이너선, 초대형원유운반선에도 이중연료추진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LNG운반선 4척 중 1척은 한화오션이 건조했을 정도로 LNG선박에 대한 한화오션의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이 같은 한화오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의 근간은 거제사업장에 위치한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와 ‘슬로싱 연구센터’다. 두 곳 모두 한화오션이 업계 최초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핵심 연구시설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2015년 전 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이다. 액화질소를 이용한 모사실험이 아닌 LNG를 사용해 실제 운항과 동일한 극저온 시스템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이곳에서는 LNG의 재액화 또는 재기화 시스템, 암모니아를 연료로 공급하는 시스템,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 액체 이산화탄소 화물을 관리하는 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실증설비를 통해 검증하고 있다. LNG운반선의 표준을 바꾼 LNG 재액화장치는 이곳에서 실증을 거친 뒤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 실제 선박에 적용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슬로싱 연구센터는 미래 친환경 선박 화물창 안전성 검증의 산실로 꼽힌다. 선박으로 액체 상태의 화물을 운반할 경우 액체는 선박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슬로싱(Sloshing)’이라고 한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슬로싱 연구센터는 슬로싱으로 인한 선박 피해 최소화 기술을 확보, 선박의 안전성과 운송량을 효율적으로 조절 가능하도록 연구 중이다. 모형탱크를 비롯해 실험이 가능한 슬로싱 모션 플랫폼 2기, 500여개의 압력 센서, 500채널의 데이터 획득장치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운영 효율화를 위한 무인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24시간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 ▲ 무레일 EGW 용접 장치. ⓒ한화오션
    ▲ 무레일 EGW 용접 장치. ⓒ한화오션
    이와 함께 한화오션은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생산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었다. 각종 데이터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용접과 도장으로 대표되는 생산 현장의 여러 공정에 자동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회사가 개발한 용접장비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레일이 필요 없는 무(無)레일 방식으로 곡부위 용접도 가능하다. 레일을 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시간이 필요 없어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 기존 국산이나 일본산 장비가 100kg이 훌쩍 넘는 것에 비해 일반형은 13.5kg, 경량형은 8.5kg로 눈길을 끌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거제사업장을 기존 사람과 경험 중심의 생산에서 데이터와 로봇 기반의 디지털·자동화 방식으로 전환하는 스마트 야드를 구축 중”이라며 “향후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고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선소, 데이터로 일하는 스마트한 조선소 문화가 어우러진 조선소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