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매각, 생존 위한 결정 vs 배임 소지 ‘격론’막판 진통 끝 ‘가결’…찬성 3명·반대 1명·기권 1명대한항공, EU에 시정안 제출 등 다음 스텝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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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안을 가결하면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큰 산 하나를 넘게 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매각 등을 담은 시정안을 유럽연합(EU)에 제출할 예정으로,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 탄생을 향한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EU집행위원회(EC)에 대한항공이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동의했다. 시정조치안의 골자는 ‘기업결합 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이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5인 중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 등 과반이 찬성함에 따라 해당 안건이 가결 처리됐다. 이사회는 진광호 사내이사의 사임으로 원유석 대표(사내이사)와 사외이사 4명 등 5명의 이사진으로 진행됐다.

    화물사업 매각은 장고 끝 어렵게 도출된 결과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부 매각안 논의에 나섰지만, 이사들 간 이해충돌 등 안건에 대한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하고 이사회 개최 8시간여 만에 결론 없이 정회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아시아나 생존을 위해선 합병을 꼭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화물사업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핵심 사업부 매각으로 주주가치 훼손 등 배임 소지와 직원 반대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했다.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의결권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윤 고문이 속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지난 3년간 대한항공 측의 법률자문 역할을 해왔다. 윤 고문은 지난 3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윤 고문의 사외이사 선임에 앞서 ‘문제없다’는 법무법인의 검토가 있었고, 화물사업 매각 의결에서도 이해상충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추가적인 잡음을 해소하기 위해 이날 이사회에 앞서 제3의 법무법인을 통해 적격 여부를 재차 검토하기도 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에 동의하면서 EU 합병심사도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거절했다면 EU 승인을 끌어내지 못하고 합병이 좌초될 공산이 컸다.

    EU는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합병 회사가 여객과 화물사업 모두를 독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화물 분야에서 서비스 가격이 오르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해왔다.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도시(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로마·파리)행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과 화물을 분리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 초안을 마련했다. 유럽 4개 노선 운수권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에 이관하고, 아시아나 화물은 매각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안이 이사회 문턱을 넘어섬에 따라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날 시정조치안을 EC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EC는 시정조치안을 검토해 올 연말께 승인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오전 이사회에서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과 EU 4개 도시의 슬롯 이관 방안을 포함한 시정조치안 제출을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 이사회가 결론 없이 정회하자 당초 지난달 말까지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기로 했던 기한을 연장 요청해놨다. 시정조치안을 제출하지 못해 합병이 불발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실제 화물사업 매각이 성사돼야 하는 만큼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측이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에 7000억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활용해 재무적 지원을 하는 등 성공적인 기업결합을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