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악우량기업 오버 발행 속출여전채 한계… 유동성 흔들
  • ▲ 서울 여의도 증권가. ⓒ뉴데일리DB
    ▲ 서울 여의도 증권가. ⓒ뉴데일리DB
    10월 회사채와 캐피탈채 순발행 규모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채 외 채권 수요가 줄었고, 금융당국의 은행채 한도 폐지로 은행채 발행 규모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5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회사채(일반 회사채 기준)는 2조9493억원 순상환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됐던 지난해 10월 5조4304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회사채 순상환은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보다 기발행한 회사채를 상환한 규모가 더 큰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아 유동성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크레딧 시장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 약세로 신규 발행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무보증·3년물·신용등급 AA- 기준)는 9월 말 77.5bp(1bp=0.01%포인트)에서 10월 말엔 83.2bp로 5.7bp 확대됐다.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기업도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민평금리) 평균보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는 '오버 발행' 사례도 속출했다.

    AAA 신용도를 갖추고 있는 SK텔레콤은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5·7·10년 만기 회사채 가운데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

    롯데칠성음료(AA), SK브로드밴드(AA), 연합자산관리(AA), 한국투자증권(AA) 등도 민평금리보다 웃돈을 주고 회사채를 발행했다.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의 조달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기타금융채(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5%를 넘었고 31일 5.275%까지 올랐다.

    발행 규모도 줄었다. 10월 한 달간 캐피탈채는 5270억원어치가 순상환됐다. 2조3000억여원이 순상환됐던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캐피탈채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2월과 8월을 제외하면 상환보다 발행이 많은 순발행 상태를 지속해왔다. 전달인 9월에도 3589억원이 순발행됐다.

    시장에서는 캐피탈채 조달 환경 악화의 원인으로 은행채 발행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폐지가 여전채 금리 인상 및 발행 감소 등 조달환경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초우량물인 은행채 발행이 늘수록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전채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채 발행은 지난달 크게 늘어 10월 한 달간 7조4493억원이 순발행됐다.

    10월 은행채 발행 규모(23조8500억원)는 만기물량인 16조4007억원의 145% 수준이다. 3분기까지 분기별 만기도래액의 125%로 묶여있던 은행채 발행 한도가 지난달부터 폐지되자 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을 여전채 발행에 의존하는 여신 전문업체는 금리 상승이 조달 비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출상품 금리를 올려 가격을 전가하는 방안은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자산 건전성 저하 문제를 낳을 수 있어 즉각적인 반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