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LS일렉트릭·LS전선 언더금리 완판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SK텔레콤 '오버금리' 고금리 부담에 시장 위축…은행채 수급 쏠림까지 겹쳐
  • 고금리 부담에 하반기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등급과 업종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업황과 신용등급이 개선된 회사들은 '언더금리'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업황 우려가 큰 기업들은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높은 금리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흐름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용등급 A등급 HD현대중공업은 총 1000억원 모집에 637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민평금리 기준 ±50bp(1bp=0.01%포인트)의 금리를 제시했는데, 1년 6개월물 -32bp, 2년물 -39bp 등 민평금리보다 크게 낮은 조건으로 모집 물량을 채웠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올렸다. 국내 조선업이 초호황 사이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수주잔고의 양적 및 질적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같은 날 AA-등급의 LS일렉트릭은 1000억원 모집에 4124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과 3년물 모두 -7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LS일렉트릭은 2차전지 업황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1049억원을 기록했다.

    A+등급의 LS전선도 지난 16일 총 9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43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LS전선은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를 가산해 2년물 -1bp, 3년물 -28bp에서 모집액을 확보했다.

    투자자들은 LS전선의 사업 안정성에 주목했다는 평가다. 특히 2년물(2050억원)보다 3년물(2250억원)에서 더 높은 투자 수요가 확인됐는데, 장기물 선호 현상은 발행사의 탄탄한 펀더멘탈과 연계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사태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특수채·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까지 얽힌 시장 환경에서도 '언더 금리'에 모집액을 완판시키면서 수요예측을 흥행으로 마친 것이다.

    반면 일부 우량 회사채의 경우 '오버금리' 완판이 잇따르고 있다.

    AA0등급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일 1500억원 규모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2300억원 규모 주문이 들어왔지만 금리는 2년물과 3년물을 민평금리 대비 각각 26bp(1bp=0.01%포인트), 29bp 높은 오버 발행했다.

    AA0등급인 미래에셋증권도 지난달 진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4배에 가까운 물량을 채웠지만 일부 만기물에서 개별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 수준으로 발행됐다. 2년물 3년물은 신고금액 기준 개별민평금리보다 각각 7bp와 5bp 높은 금리 수준에서, 5년물은 10bp 낮은 금리 수준에서 물량을 채웠다.

    두 회사 모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진한 증권업황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디스카운트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AA등급인 SK텔레콤은 지난 11일 2000억원 규모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1400억원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했지만 일부 만기물에서 발행금리가 민평 대비 높은 오버 금리를 형성했다. 3년물, 5년물, 7년물, 10년물 금리가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7bp, +5bp, -14bp, -50bp로 책정됐다. 우량채임에도 최근 위축된 회사채 투자 심리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롯데칠성음료(AA0), GS파워(AA0) 발행사들도 최근 오버금리에 물량을 완판했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하지만 펀더멘털 우려가 내재한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약한 모습"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선별적 투자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대외 경계감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