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R&D '전면 복귀' 주장… "졸속 결정에 자료 공개도 안 해"尹 "제대로 연구할 수 있게 국가가 적극 뒷받침할 것"秋 "필요한 부분은 앞으로도 대거 증액… R&D다운 R&D 추진"
  •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여야가 6일 쟁점 사안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두고 2차 공방전을 펼쳤다. 정부와 여당은 기존 R&D 예산이 '나눠먹기식'이란 비판 기조를 유지하면서 첨단분야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한 예산은 대폭 확대해 'R&D다운 R&D'를 꾸려나가겠다는 태도다. 반면 야당은 전임 정부 수준으로 전면 원상복귀를 주장하고 있어 조율이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3일에 이어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등을 심사하고 경제부처에 대한 부별 심사를 이어갔다. 예결위는 7~8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와 9~10일 종합 정책질의 등을 연이어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14~17일 감액 심사와 20~24일 증액 심사를 거쳐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부쳐진다.

    이날 심사도 주요 화두는 R&D 예산 삭감이었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1000억 원(-16.6%) 깎은 25조9000억 원으로 편성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R&D 예산이 '나눠먹기식'이라 비판하며 질적인 개선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당정은 올해 삭감한 R&D 예산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지원에 더 두텁게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은 R&D 예산을 다시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맞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6월부터 8월까지 부처 간 R&D 예산 심의 내용과 업무 협의 내역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계속 제출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두 달간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꼭 확인이 돼야 한다. 만약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졸속으로 심의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수홍 의원은 "R&D 사업이 개수로 1500개인데 이 중 813개를 삭감했다. 30% 미만으로 자른 사업이 370개, 90~100%로 자른 사업이 34개"라면서 "(역대 정부에서) 이렇게 한 적이 없다. (현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잘랐다고 하는데 정부는 이를 취소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 ▲ 6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6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은 엄호에 나섰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은 "그동안 R&D 예산이 민간회사가 누룽지와 떡볶이 등을 만드는 데 활용되고, 어떤 사업은 경쟁률이 1.3 대 1 수준이라 신청하면 거의 다 됐다고 한다. 심지어 따놓은 예산을 교수 숫자대로 N분의 1로 나눠 가진 사례도 있다"면서 "R&D 예산을 이렇게 써서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임 정부에서 지난해까지 R&D 예산을 계속 늘렸다. 수년간 너무 많이 방만하게 늘다 보니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가 많이 생긴 상황"이라면서 "이런 부분을 추슬러서 삭감하고 필요한 부분에 제대로 투입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전반적인 틀은 삭감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임 의원은 "R&D 예산을 개선할 때가 됐다는 생각엔 여야 모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원상복귀하자는 (야당의)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본다"면서 "중소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웠던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빅테크 등의 R&D는 과감히 확대하는 것에 동의하냐"고 질의했다.

    추 부총리는 "소위 말해서 우리 기초 역량을 강화하는 분야인 AI와 첨단산업 이런 부분에 대한 R&D 예산은 대폭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신진 연구자들의 고용 불안 없이 제대로 R&D다운 R&D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짰다.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위원들과 논의하며 또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당정은 R&D 예산에 대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 2일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R&D 예산을 앞으로 더 확대하기 위한 실태파악 과정에서 일부 항목이 지출 조정됐다. 연구 현장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 "R&D다운 R&D에 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앞으로 예산을 더 확대할 수 있다. 연구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돈이 얼마가 들든지 국가가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 역시 3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대한민국 발전 동력이 R&D에서 나온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철학이다. 연구 인력 관련 예산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심사할 것"이라면서 "전문가와 학계 의견을 들어 필요한 부분은 앞으로도 대거 증액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날 추 부총리가 첨단산업 등 일부 R&D에 대한 예산은 대폭 증액해 제출했단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야당은 편성 과정 자체가 졸속이라며 자료 제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깜깜이'라고 비판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R&D 예산 조정안과 달리 올해 예산은 윤 대통령이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제로(0) 베이스' 검토를 지시한 이후 2달도 안 되는 기간에 이뤄졌다"면서 "이번 R&D 예산은 편성 과정이 불법적이고, 또 자료 제출도 제대로 안 하는 졸속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대통령의 발언에 의한 것이 아닌) 전체적인 회의 내용과 그 결과에 따라 추진했다. 회의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