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감산 조치 연말까지 유지키로소비자물가 3개월째 3%대 고공행진政, 우유·라면 등 7개 품목 담당자 지정野, 확장재정 압박… 與 "돈 풀리면 물가 더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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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연합뉴스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물가에 정부가 주요 식품 담당 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대외 변수는 녹록잖은 실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 결정을 계속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국제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하루 100만 배럴씩 감산을 올해 말까지 계속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사우디는 지난 7월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을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사우디는 연말까지 감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이번에 재확인한 것이다. 러시아 역시 하루 30만 배럴의 공급 감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우디의 이런 감산 조치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사우디가 미래 도시인 네옴시티를 건설하고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골프 대회 등 주요 스포츠 대회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 85달러 아래로 떨어진 브렌트유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일각에선 중동사태가 확전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유가 상승은 이미 우리나라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8월 3.4%, 9월 3.7%에 이어 3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석유류 가격은 7월 마이너스(-) 25.9%, 8월 -11%였지만, 9월 -4.9%, 10월 -1.3%로 내림 폭이 둔화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린 셈이다.

    전달과 비교하면 석유류 가격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1.4% 올랐다.

    이 와중에 산유국의 추가 감산 결정 재확인 소식은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같은 외부요인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정부는 비교적 관리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먹거리 물가 통제에 나서고 있다. 10월 농산물 가격은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13.5% 상승했으며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가공식품 물가도 4.9%, 외식물가도 4.8% 상승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연일 식품·외식업계를 만나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배추 등 김장재료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농수산물 할인 지원에 나서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유, 라면,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설탕 등 가격이 급등한 7개 품목의 담당직원을 지정해 수급 상황과 가격 등을 전담관리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번주 안으로 7개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가격관리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 52개를 선정해 가격을 직접 관리하던 이른바 'MB 물가'의 부활인 셈이다.

    다만 정부의 이런 물가관리가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식품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불과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주류업계와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줄줄이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더라도, 업계 입장에서는 원재료 가격 압박이 거센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관제 물가', '업계 팔 비틀기', '시장개입'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는 답답한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 부양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리고 지출을 줄여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면서 확장재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이 대표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돈이 풀리면 물가가 더 오르는 것이 상식인데도,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에 중독된 듯 돈 뿌리기만 고집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결국 건강만 해치는 탕후루 정책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나쁜 정치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