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유사 이익 83% 늘어… 민생고통 분담해야""'석유사업-정유사업'도 구분 못하는 무지" 비난 잇따라상반기 적자서 3분기 흑자전환에 횡재세?… "산유국과 사업구조 완전 달라"정유사 석유제품 매출 70% 내수 아닌 '수출'… 총선 앞둔 전형적 '포퓰리즘'
  • "적자 냈을때는 조용하더니 기저효과 및 재고평가 이익으로 3분기 실적 개선이 이뤄지자 또 다시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도입을 거론하는데,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지나치다."

    한동안 잠잠하던 정유사에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논란이 야당을 중심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고유가로 인해 늘어난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자는 것에 대해 정유업계의 수익 구조와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유가 상승 때문에 정유사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87.3% 늘었다"며 "그 자체를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 위기 극복, 그리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영국, 루마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같은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 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고 미국도 석유회사의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소비세 형태의 과세 법안을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횡재세 논란은 미국과 영국 등이 글로벌 에너지 업체를 대상으로 횡재세를 걷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국내까지 확산됐다.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사람에 대해 징수하는 소득세로, 우리나라에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금리로 예대마진을 누린 정유사와 은행권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9월 '연대기여금'이란 명칭으로 횡재세를 도입했으며 영국은 지난해 5월 '에너지이익부담금'을 통해 기존 세율에 25%를 추가, 영업이익에 대해 최대 65%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했다가 추후 횡재세율을 35%로 추가 인상했다. 또 올해부터 2028년까지 전력기업에 대해 45%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다시 횡재세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적이 나쁠때는 조용하더니 올해 3분기 개선이 이뤄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태도를 바꾸며 다시 '적폐'로 몰아가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부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적자 및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횡재세도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올해 3분기 일제히 반등에 성공하자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유업종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차별적이며 포퓰리즘적인 행태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주장은 '석유사업'과 '정유사업'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석유사와는 사업에서 차이가 있다. 브리티시 페트롤륨(BP), 엑손모빌, 쉘, 쉐브론 등 미국과 유럽의 석유사들은 유전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상류부문)해 정제(하류부문) 사업을 병행한다. 원유를 직접 생산하다보니 실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원유생산 단가의 경우 사우디가 배럴당 4 달러 내외, 미국 셰일업계는 50 달러 내외로 상류부문의 원유생산 업체는 높은 개발마진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횡재세를 도입하려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비산유국으로서 정제업(하류부문)만 수행해 석유산업 구조 측면에서 크게 차이를 보인다. 정유사들은 이들 기업에 원유를 구입해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석유제품 가격 역시 싱가포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으로 정해진다.

    그러다 보니 국내 정유사 실적은 주로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으로 향후 유가가 하락하면 다시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여기에 석유산업은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석유제품 판매 비중이 내수보다 수출이 높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세계 6위 규모의 원유 정제시설을 갖추고 세계 5위의 석유 수출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통해 석유산업은 반도체에 이어 대한민국 수출 2위 품목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유업계가 석유제품 수출로 원유도입액의 59.8%를 회수해 국가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2012년부터 원유도입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회수해 왔으며, 작년에는 회수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작년 석유제품 수출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국가 주요 수출 품목 중 2위를 기록하며 2021년보다 3계단 올라섰다.

    이와 함께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어긋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가 지난 2014년 및 2020년 대규모 적자 및 손실을 기록할 당시 정부의 지원 및 적자 보전이 없었던 상황에서 일시적 고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면 조세 형평성에 위배될 뿐더러, 투자불확실성 초래로 생산활동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산유국 기업들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횡재세 도입 여부가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