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포드·코치 합작법인 MOU 철회전기차 판매율 2021년 115%→올 상반기 41% 축소'기술력 향상+공장 효율적 운영' 등 '내실'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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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해외 무대로 공장 구축 등 생산 능력 키우기에 집중했다면 시장 속도에 발맞춰 내실 다지기에 한번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튀르키예 코치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 코치가 체결한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3사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튀르키예 바슈켄트 지역에 약 25GWh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향후 이를 45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현재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튀르키예에 건설 예정이던 배터리셀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에 상호 동의했다"며 "포드 측은 대신 LG에너지솔루션의 기존 생산공장에서 배터리를 직접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배터리 동맹이 무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드와 코치는 지난해 3월 SK온과 튀르키예에 JV 설립 협약을 맺었다가 올해 1월 철회한 바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포드가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에서 생산하고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는 상용차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SK온는 최근 올해 8월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증설에 나섰던 충남 서산 3공장 공사를 이달 6∼10일 5일간 중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물량 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의 속도 조절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맞물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0∼2021년 전기차 판매 대수가 115.0% 늘어난 점과 비교하면 둔화세가 선명하다.

    시장 상황이 흔들리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투자 계획 철회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누적 4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또 GM은 미국 미시간주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연기한 데다 혼다와 2027년부터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려던 계획도 무산시켰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결정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했던 GM과의 미국 테네시 공장의 가동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했으며, SK온과 포드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었던 블루오벌SK 미국 켄터키 2공장 가동 시기를 재조정 중이다.

    또 내부적으로는 기술력 강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공장의 가동률 조정과 유휴 라인도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것보다 기존 공장을 잘 활용해 비용을 절약하겠다"며 "전기차 시장을 멀리 보고 한 템포 늦춰가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