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공식 요청에 화답… 불참 선언한지 5개월 만"경제위기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게 생존권 지킬 것"근로시간 개편논의 속도 내나… 尹,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시 노정 관계 급냉 우려
  • ▲ 11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11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 6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이후 5개월 만에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복귀를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사회적 대화 복귀에 대한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 전환과 기후위기,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성장 쇼크의 장기화 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이런 위기상황에서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용산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촉구했다. 앞서 노동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직종에 한한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도 한국노총에 노·사·정 대화 복귀를 공식 요청하며 힘을 보탰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노총은 오랜 기간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노동계의 대표 조직이다. 현재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근로시간 제도는 물론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출산 고령화 등 중요한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 단절은 노·사·정 모두에 도움되지 않는다.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노총은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김 사무청장은 지난 5월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하청업체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다 경찰 진압에 폭력 대응한 혐의로 체포됐다. 한국노총은 이를 경찰이 과잉진압한 것이라고 봤다.

    한국노총은 불참 선언 전까지 경사노위의 유일한 노동계 참여자였다. 양대노총의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줄곧 사회적 대화에 불참해왔다. 한국노총의 불참은 노·사·정 대화창구가 사실상 완전히 닫힌다는 점을 의미해 사회적 우려를 샀다.

    한국노총의 이번 경사노위 복귀는 5개월여 만이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재개됨에 따라 근로시간 개편안 관련 논의 등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원활한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노총은 복귀 선언 전 입장문을 내고 "답정너 식인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노동계가 어디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사용자 단체의 요구사항인 연장근로시간 확대의 의도를 숨기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데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고 꼬집었다.

    이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도 노·사·정 관계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변수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시켰지만,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노동계는 즉시 시행·공포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 시 노정 관계는 급격히 냉각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