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출고분부터 6%대 인상… 톤당 11만2000원 수준전기요금 인상에 건설경기 둔화로 수요 감소 전망“가격 인상 검토는 아직… 수익성 개선 제한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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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에 성공했지만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전기요금 추가인상과 출하량 감소에 따라 수익성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연탄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데다 친환경 설비투자도 예정돼 있어 가격 인상 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업체들은 이달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제일 먼저 쌍용C&E가 지난달부터 톤당 가격을 7200원(6.9%) 인상했다. 아세아시멘트는 6.4%, 나머지 한라시멘트와 삼표시멘트, 성신양회는 6.7% 가격을 인상했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가격 인상에 따라 시멘트 가격은 톤당 11만2000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번 가격 인상은 전력비 상승과 각종 원부자재 공급 가격의 급등 등에 따른 영향이다. 시멘트는 원료를 녹이는 소성로(시멘트 제조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업종으로 전기료가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기료가 44%나 올라 부담이 커진데다 환율이 오르면서 유연탄 가격 하락의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가격 인상에 따라 시멘트사들은 수익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쌍용C&E는 3분기 영업이익 476억1300만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81.4% 증가한 수준이다. 쌍용레미콘 지분 매각이 반영됐고 동시에 가격 인상, 유연탄 가격 하락 효과 등이 맞물린 덕분이다. 

    정부가 또 한 차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시멘트업계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전기요금인상 조정안을 통해 전력소비 상위 0.2%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 단가만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원 올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시멘트업계는 인상폭이 가장 큰 고압B(154㎸)에 해당해 타 업종대비 부담 클 수 밖에 없다. 산업부에 따르면 고압A(3300∼6만6000V 이하)는 ㎾h당 6.7원, 고압B와 고압C(345kV 이상)는 kWh당 13.5원을 각각 인상한다.  

    여기에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공사가 지연된 건설 현장들이 올해 몰아서 진행됐고,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레미콘 내 시멘트 배합 비율이 상향되면서 수요가 소폭 늘었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둔화하면서 건축 착공은 점차 감소세를 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주택 착공은 12만5862호로 전년 동기 대비 57.2% 줄었다. 당연히 건축에 사용되는 시멘트 수요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연탄 가격도 반등과 친환경 설비투자 지출도 예상된다. 지난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한때 톤당 400달러까지 돌파했던 유연탄 가격은 올해 들어 100달러 아래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본격화하며 내년 초까지 가격 반등을 점치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경부 방침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질소산화물 방지시설(SCR) 투자비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해서 또 가격 인상을 검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시멘트사들은 가격 인상 폭을 10% 수준으로 잡았을 뿐 아니라, 인상 시기도 지난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 둔화 등에 따라 전후방 업계와의 상생을 택했고, 정부의 중재 아래 인상폭을 6%대로 축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에 따라 인상폭을 조정한 만큼 섣부른 가격 인상 등은 아직까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전기요금 인상과 출하량 감소에 따라 기대했던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