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제일제당, 공급중단 1년… 표면적으론 “협상 중”쿠팡, 햇반 없이 사상 최대 매출… CJ제일제당, 점유율 오히려 올라각사 매출 고성장에 갈등 더 장기화 될 전망
  • ▲ 컬리가 지난 7월 진행한 ‘2023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CJ제일제당은 부스에서 컬리 전용 햇반 '골드퀸3호' 제품을 선보였다.ⓒ조현우 기자
    ▲ 컬리가 지난 7월 진행한 ‘2023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CJ제일제당은 부스에서 컬리 전용 햇반 '골드퀸3호' 제품을 선보였다.ⓒ조현우 기자
    “이렇게 장기화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을 바라보는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이 이달 만 1년에 들어선다. 당시만 해도 조기에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1위 이커머스와 1위 식품기업의 갈등이 해를 넘겨 만 1년에 다다르는 셈이다. 

    이들의 갈등이 단기간 내 극적으로 봉합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양사는 이 기간 매출의 영향은 커녕 순조로운 성장을 자부하는 중이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매출 성장이 절실한 양사 입장에서는 내색은 못해도 서로의 필요성이 여전히 유효기 때문이다.

    15일 쿠팡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양사간 공급 협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실무 단계에서 진척 단계는 전무함에도 이들의 공식 입장이 여전히 “논의 중”인 것. 여기에는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끊을 수 없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양사 모두 대외적으로 밝히지 못하지만 서로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통사인 쿠팡 입장에선 고객에게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상품의 ‘로켓배송’ 제공이,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쿠팡의 유통망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쿠팡 ‘로켓배송’에 CJ제일제당 상품 공급이 중단된 이후 CJ제일제당은 쿠팡과 대착점에 있는 경쟁사들에게 중요한 간판이 돼 왔다.

    대표적으로 쿠팡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해왔던 신세계그룹은 ‘반쿠팡 연대’를 구성하면서 CJ제일제당을 가장 앞장 세웠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이마트·SSG닷컴·G마켓에 비비고 납작교자, 햇반 컵반, 떡볶이, 붕어빵 등 신제품 13종을 선출시해 판매했을 정도. 

    이후 CJ제일제당은 컬리, 배달의민족 B마트와에 특화 상품을 선보이는 등 쿠팡의 경쟁자와의 협업관계가 크게 강화됐다. 쿠팡과 갈등이 오히려 다른 유통업체와 끈끈해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쿠팡도 적지 않은 반대급부를 얻었다. CJ제일제당의 대표상품인 ‘햇반’이 로켓배송에서 빠진 이후 쿠팡은 즉석밥 후발주자에게 기회의 장이 됐다.

    쿠팡은 올해 1~5월 식품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제품 매출이 50~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석밥 시장에서 독과점적인 CJ제일제당이 빠진 이후 오히려 즉석밥에 대한 수요가 상품 본질에 집중돼, 중소·중견기업에 기회가 쏠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양사의 이해로 인해 단기간 내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 없이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고 쿠팡도 CJ제일제당 없이 고객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나 3분기에 국내 식품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17% 감소한 1조6708억원을 기록했지만 가공식품만 보면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특히 햇반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분기 기준 CJ제일제당의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68.4%로 전년 동기보다 2.6%P 늘었다. 만두 점유율도 48.2%로 전년 동기 보다 1.6%P 증가했다.

    그렇다고 쿠팡의 성장이 지연된 것은 아니다. 쿠팡의 성장은 더욱 두드러진다. 쿠팡은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3분기 매출이 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 신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46억원(8748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특히 활성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2042만명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없이도 활성고객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쿠팡은 올해 연간 기준 첫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양사에게 있어 서로가 부재중인 상황에도 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양사의 이해가 일치하는 상황이 본격적인 실적 감소 이후에나 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유통업계의 시장 성장률을 뛰어넘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CJ제일제당 역시 ‘반쿠팡연대’를 통한 성장에 성공하고 있는 만큼 당장은 서로에 대한 필요가 높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이들의 성장이 정체되는 시점에서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