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지주회사 전환 후 3실 3담당 11팀으로 재편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해체 수준의 개편… 역할 대폭 커져저성장 기조 장기화에 계열사간 시너지 위한 전략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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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격전지 유통업계에서는 오늘도 총성 없는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소비의 예술은 단순한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다. 조금이라도 더 선택 받고 더 팔리기 위해서는 트렌드는 물론 소비자의 심리, 문화부터 인사, 디자인, 기업문화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분위기와 전략, 속살을 느낌 있게 풀어봤다. [편집자 주]저성장, 고물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경기침체 조짐에 유통그룹의 대응이 시작됐다. 그냥 출점만 해도 성장하던 시기가 끝나고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이런 유통업계의 인식은 사령탑의 변화로 이어지는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등은 최근 정기인사를 맞아 조직을 정비하면서 컨트롤타워의 기능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규 투자보다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전략적 포석을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그룹은 컨트롤 타워의 위상이 부쩍 강해지는 중이다.현대백화점그룹은 이달 초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마쳤다. 기존에 현대백화점에 있던 그룹 내 컨트롤타워 기능이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며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이전한 것이 골자다. 다만 그 기능은 세부, 다양화됐다.기존 현대백화점 내 기획조정본부 산하의 경영관리팀, 법무팀, 투자관리팀 등 총 10개의 팀 체제는 현대지에프홀딩스 내 3실(경영전략·홍보·DT추진), 3담당(미래성장전략·사업개발·재무전략), 11팀(재무전략·재경기획·투자기획·투자관리·법무기획·사업개발·경영개선·인사기획·홍보·DT전략)으로 개편됐다.기존 30여명에 불과했던 현대지에프홀딩스 임직원도 이번 개편으로 100여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단일 지주회사로 전환되면서 계열사 간 이해와 투자, 성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이진원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정지선 회장과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이 각자 대표를 맡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정지선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호진 대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보좌하던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의 인사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경영지원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 등을 거친 ‘전략 전문가’로 꼽힌다.신세계그룹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나섰다. ‘조용한 조율자’를 표방해왔던 전략실의 명칭을 경영전략실로 바꾸고 사실상 해체 후 재구성에 가까운 변화를 진행했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신임 전략실장을 맡았는 한편, 지원본부와 재무본부가 해제, 경영총괄과 경영지원총괄 조직으로 개편된 것이 특징.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날 경영전략실 첫 회의를 주재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실은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가장 많이 일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이처럼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된 유통업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과거 출점만 하면 매출이 성장하던 시대의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어렵게 됐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 유통업계 영업이익률이 3%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 신규 투자에 따른 부채가 발생할 경우 이자만 5%를 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신규 투자를 확대 한다는 것은 오히려 건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결국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기존 사업의 성과를 보다 끌어올리는 시너지다. 계열사간 벽을 허물고 장기적인 전략과 시행을 일사불란하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유통그룹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에는 사이클이 있는데, 공격적인 매출 확대에 강한 영업 출신이 아니라 재무와 관리에 밝은 전략실 출신 인사가 발탁되는 것은 적극적 투자보다는 기존 투자를 잘 관리하고 내실을 가꾸겠다는 뜻”이라며 “최근 유통업계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