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 치열해진 점포당 매출 경쟁에 꼼수 아닌 꼼수까지신세계, 작년부터 점포 매출 산정 변경… ‘에누리 매출’ 포함키로롯데백화점도 롯데하이마트 온라인 매출, 잠실점에 포함시켜
  • 소비의 격전지 유통업계에서는 오늘도 총성 없는 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소비의 예술은 단순한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다. 조금이라도 더 선택 받고 더 팔리기 위해서는 트렌드는 물론 소비자의 심리, 문화부터 인사, 디자인, 기업문화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분위기와 전략, 속살을 느낌 있게 풀어봤다. [편집자 주]

     ‘1조 클럽부터 2조, 3조 클럽까지…’ 

    지난해 연말 백화점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는 다름 아닌 점포당 매출이었다. 특정 점포의 매출이 얼마가 나왔는지, 어느 시점에 나왔는지를 두고 때 아닌 경쟁이 펼쳐진 것. 통상 백화점은 전 점포 합산 매출로 성장세를 가늠하지만 실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은 점포당 매출이었다. 간판 역할을 하는 거점 점포의 매출이 곧 백화점 브랜드를 좌우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점포당 매출을 두고 벌어지는 신경전도 적지 않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점포당 매출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꼼수’ 아닌 ‘꼼수’가 펼쳐지기도 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는 유독 백화점의 점포당 매출을 둔 경쟁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전체 백화점 매출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매출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을 추격을 공헌한 한편, 3위인 롯데백화점 본점을 4위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바짝 따라붙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점 점포 수가 다른 백화점의 특성상 점포간 매출 경쟁은 곧 백화점 브랜드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작년 12월 20일 신세계 강남점이 백화점 사상 첫 매출 3조원을 넘겼고 12월 말에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하루 차이로 매출 2조원을 넘겼다. 소비침체가 가시화되는 시기였지만 상위권 백화점은 성장은 견하게 이뤄졌다.

    각사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매출 3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6% 신장했고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작년 매출 2조76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1%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매출도 각각 전년 대비 3.7%, 6.9% 늘어난 2조130억원, 2조500억원으로 집계됐다.

  • ▲ 신세계 센텀시티점.ⓒ신세계
    ▲ 신세계 센텀시티점.ⓒ신세계
    다만 이 매출 성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면 착시가 발생한다. 점포당 매출을 올리기 위한 각 백화점의 꼼수 아닌 꼼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는 지난해 말 점포당 매출 산정 기준을 변경했다. 신세계는 점포 매출을 산정할 때 백화점에서 제공하는 할인을 제외하고 실제 거래액을 매출로 잡았는데, 작년부터 할인을 적용하기 전 거래액을 기준으로 매출을 산정하기로 한 것. 이 경우 신세계의 점포 매출은 전년 수준의 매출만 기록했어도 성장한 것 같은 착시가 생긴다. 통상 이 ‘에누리 매출’은 3~5% 규모로 추정된다. 이전 기준대로라면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작년 매출 2조원 달성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간 백화점 업계 중 신세계만 에누리 매출을 제외한 방식으로 집계해왔는데 지난해 처음 롯데, 현대와 동일한 기준으로 집계했다”며 “백화점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에누리 매출을 적용해 스스로 작게 보이던 것을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이런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매출로 포함됐던 가전양판점 계열사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 매출을 잠실점으로 편입시켰다. 롯데하이마트의 온라인 실적이 고스란히 잠실점의 매출에 더해진 셈이다. 앞서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 2021년에도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던 롯데몰 사업을 인수하면서 롯데월드몰의 매출을 잠실점에 편입시킨 바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하이마트가 잠실단지와 월드몰에 2개의 매장이 있다 보니 협업차원에서 온라인 매출을 롯데백화점 잠실점으로 이관한 것”이라며 “롯데몰 사업도 롯데백화점이 흡수하면서 직접 운영을 하는 만큼 해당 점포의 매출이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각각 이유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요 점포의 매출을 직·간접적으로 높이는 방향의 변화가 이뤄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점포당 매출 경쟁이 가열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풀이 중이다. 회계기준에 엄격한 적용을 받는 백화점의 매출과 달리 각 점포의 총매출(거래액)은 공시 의무가 없어 각사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르게 돼 있다. 이를 통해 각 자사 점포에 유리한 기준이나 방식을 통해 점포 매출을 높이는 엉뚱한 경쟁이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위 백화점, 몇 조원 클럽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백화점 간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매출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더 혈안이 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