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열사 상대 고강도 특별감사… 전 경영진 고발 등 조치김기유 대표 해임 직후 경찰 압수수색 등 파워게임 시작특별사면으로 경영 복귀 길 열려… 사측 "결정된 것 없어"
  •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뉴데일리DB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뉴데일리DB
    태광그룹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지난 8월 이호진 전 회장의 복권으로 그룹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나 했으나 전임 경영진의 계열사 강매, 횡령·배임 의혹에 따른 경찰의 압수수색 등 잇따른 사건에 휘말리면서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경영 복귀를 앞두고 내부 정비에 고삐를 죄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전 계열사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실시 중이다. 당초 인프라·레저 계열사 티시스만 감사 대상이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 전 계열사로 감사를 확대했다. 

    전례 없는 특별감사에는 특수통 고위 검사 출신으로 구성된 법무법인까지 동원됐다. 해당 법무법인은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감사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감사를 마무리 짓고 결과에 따라 전임 경영진에 대한 고발 등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감사 과정에서는 계열사 티시스의 비위행위가 드러나 김기유 대표가 해임됐다. 동시에 전용인 티시스 공동대표, 김명환 흥국화재 전무, 김민 흥국자산운용 상무 등을 해임 또는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밖에도 티시스 사내이사 3인과 고려저축은행의 이은우 대표이사, 한국케이블텔레콤의 사내이사 2명 등도 해임됐다. 

    재계에서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 회장이 본격 복귀를 앞두고 쇄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과정에서 태광그룹 오너와 이전 실세들간의 갈등이 사내 파워게임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김기유 전 대표는 이호진 전 회장의 부재 기간 동안 그룹의 1인자 역할을 한 실세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비자금을 조성과 계열사 강매혐의 등 논란에 따라 모든 직을 내려놨었지만 어느샌가 다시 복귀해 그룹 1인자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티시스 고문직으로 복귀해 이호진 회장의 매형인 허승조 일주재단 이사장을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는 등 대규모 인사를 진두지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김 전 대표의 해임 직후 태광그룹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되면서 회사 안팎에서는 감사 대상에 올랐던 인물들이 앙심을 품고 고발에 나선 것 아니냐 관측이 나왔다. 내부 감사를 벌인 내용과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하려는 내용이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사 대상자들이 경찰에 제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태광그룹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경찰이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 전 회장 공백 기간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련의 파워게임이 연말 인사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태광그룹은 통상 정기 인사를 연말이나 연초에 단행해왔다. 특히 2021년 10월 이 전 회장의 만기출소 후 지난해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수장을 대대적으로 교체,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당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는 공직‧언론출신의 임형준 대표와 임규준 대표를 각각 선임했으며, 태광산업에는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아온 ‘태광맨’ 조진환‧정철현 각자대표를 선임했다. 이 전 회장이 부재했던 당시 그룹에 자리를 잡았던 인물들이 떠남에 따라 그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복귀 당위성은 충분하다. 일단 지난 8월 특별사면을 통해 취업 제한이라는 법적 족쇄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또한 부재기간 동안 성장이 멈춘 그룹을 부흥시켜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2011년 30위권이었던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올해 52위까지 밀려났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적도 악화일로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7657억원, 영업손실 844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5.2% 줄었고 영업손실은 152.7%나 늘었다. 다만 도덕성 논란과 함께 준법경영에 대한 우려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특별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 경영진에 대한 고발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아직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