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D-2, 노조 반대 목소리 거세“HMM 주가 상승, 유찰 내다본 시장의 냉정한 결과”노조, 하림·동원에 15조 현금 노리는 약탈 자본 비판도
  • ▲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졸속매각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성진 기자
    ▲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졸속매각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성진 기자
    HMM 본입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산업은행에 매각 중단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더 거세지고 있다.

    노조 측은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자기 자본 조달 능력 부족을 꼬집으며 이들의 인수 시도는 HMM이 보유한 15조원 규모의 현금을 약탈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졸속매각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매각을 유찰시킬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인수전에 대해 적극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사무직 노조원 전체 750명 가운데 400명 이상이 이날 집회에 참석해 매각 반대 목소리를 보탰다.

    노조 측은 인수 후보들이 물류부문 시너지나 해운업 확장을 위한 인수 시도가 아닌 HMM이 축적한 15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연사로 나선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은 “동원과 하림은 인수 금액의 절반 이상을 사모펀드 등 외부를 통해 조달해야하는데, 결국 회사의 현금 15조원을 그들의 곳간을 채우는데 쓰게 될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친환경 선박에 투자해야할 현금성 자산을 결국은 투기자본인 사모펀드에 입에 넣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HMM 주가 상승 또한 유찰을 내다본 시장의 냉정한 판단 결과라고도 설명했다. 

    지난 10일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 중 2억 주가 추가 상장되면서 HMM 시가총액이 단번에 11조원 이상까지 뛰면서 매각에 변수가 생겼다. 당초 HMM의 인수 가격은 약 4조에서 5조원으로 추산됐으나 현재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면 7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HMM의 주가는 1만6050원이다.

    주가는 HMM 매각예정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상장증권의 예정가격은 30일간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한 가격으로 정한다. 적격인수후보들이 본입찰 때 적어낸 가격이 매각예정가격보다 낮으면 유찰된다.
  • ▲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졸속매각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성진 기자
    ▲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가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졸속매각 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성진 기자
    이번 HMM 인수전에는 동원·하림·LX그룹 등 3개 기업이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에 오른 상태다. 

    이중 LX는 본입찰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LX는 해운업황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데다 HMM 경영권을 최종적으로 인수하기 위한 자금이 예상을 상회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하림과 동원의 2파전이 유력한 상황인데, 업계에서는 자산 규모가 HMM보다 작은 인수 후보들에 대해 고래가 새우를 삼키는 격으로 보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이기호 HMM지부장은 “현재 인수 후보자들은 외부 자본 없이 인수전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최근 2~3년간 기적적인 호황으로 자본을 쌓아놨다. 이 자본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시키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 투자가 기본이 돼야한다. 현재 인수 후보들 중 하나가 주인이 되면 회사가 발전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유찰되지 않고 특정 기업에 낙찰될 경우 노조는 매각 중단을 위해 끝까지 단체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