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연속 도시정비 1위…올핸 포스코에 밀려 '2위 예상' 해외수주액 12.6조 목표치 '초과달성'…연말 16조 기대 외형성장 불구 이익률 10년래 최저…순이익 3년만 '뚝''일하고도 돈못받은' 미청구공사액 1년만 50.5% 급증
  • ▲ 현대건설 계동사옥. ⓒ현대건설
    ▲ 현대건설 계동사옥. ⓒ현대건설
    현대건설호(號) 조타를 쥔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재신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장에서 쌓은 내공으로 주택사업과 해외수주에서 큰공을 세운 덕으로 보인다. 다만 외형성장에 못 미치는 수익성과 재차 고개를 드는 잠재리스크 관리는 시즌2 시작전 풀어야 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단행한 2024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 재신임을 받아 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영준 사장은 꼼꼼한 일처리와 안정적 운영으로 수주와 실적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그룹 기대치를 현실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양질의 수주잔고 확보로 이익체력이 확보된 가운데 원전·소형모듈원전(SMR)·해상풍력 등 신사업이 2024년부터 본격화하는 만큼 계속해 자리를 지키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을 맡고 있던 윤 사장은 2020년말 발탁됐다.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해 이듬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현대차그룹은 풍부한 공사 관련 경험을 갖춘 점과 특히 도시정비사업 수주와 주택브랜드 관리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사장은 강점을 지닌 주택사업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윤 사장이 2018년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은뒤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20년부터 현대건설은 3년연속 도시정비 신규수주 신기록을 세웠고 2022년 9조3395억원의 수주를 확보하며 GS건설이 2015년 세운 최대기록 8조1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누적으로 1조8820억원의 수주를 확보해 포스코이앤씨 4조3150억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도시정비 수주왕좌를 포스코이앤씨에게 내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뒷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본다. △서울 응봉1구역 △경기 산본1동 1지구 △평촌 한가람세경아파트 리모델링 △부산 초량2구역 △인천 제물포역 북측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수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도시정비사업에서 현대건설이 올들어 사업성이 양호한 내실수주가 목표였던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주택브랜드 가치를 통해 양질의 수주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 사장이 선임된 이후 현대건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다"며 "현대건설에서 쌓은 현장경험을 토대로 위기를 내다보고 움직인다"고 평가했다. 

    윤 사장은 취임이후 현대건설이 2년연속 해외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해외 쪽에 취약하다는 평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윤 사장이 해외수주를 위해 적극적으로 직접 발품을 판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윤 사장은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UAE 경제사절단에 동행했고 이어 2월에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가 계획하고 있는 푸자이라(Fujairah)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사업 수주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싱가포르도 방문해 중국건축6국(CCSEB)과 업무협약을 맺고 대형사업을 발굴하기로 손잡았다. 또 4월에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홀텍과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SMR 건설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9월에는 폴란드 크리니차 경제포럼에 민관 합동 한국사절단 일원으로 참석해 원자력사업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공항, 스마트시티 등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의 토대도 다졌다.

    그결과 현대건설은 올해 연결기준 12조6260억원의 해외수주를 달성하며 목표인 10조4700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6조5500억원), 자푸라 가스전 2단계 확장공사(3조1000억원) 등 대규모 중동 수주도 포함돼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연결 10조5000억원(별도 5조7000억원)의 해외수주 목표치를 이미 초과했다"며 "연말까지 추가수주가 이어진다면 2014년이후 최대치인 약 16조원의 연결 해외수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 '힐스테이트 가평 더뉴클래스' 시공 현장. ⓒ현대건설
    ▲ '힐스테이트 가평 더뉴클래스' 시공 현장. ⓒ현대건설
    다만 외형성장에 못 미치는 수익성과 늘어난 잠재리스크 등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두 번째 임기 주요 체크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현대건설은 3분기에 매출 7조8585억원, 영업이익 2438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7조1633억원에 비해 9.70% 늘어나면서 분기기준 최근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전년동기 5조4308억원에 비해서는 44.7% 증가하면서 6개분기연속 전년대비 성장세를 지속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2235억원에 비해 9.08% 상승하면서 2016년 3분기 8402억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시현했으며 전년동기 1537억원에 비해서는 58.6% 개선되면서 3분기연속 전년대비 증익이 이어졌다.

    누적실적도 매출 경우 전년 1조5155억원에 비해 38.9% 늘어난 2조1052억원을 기록, 사상최대 3분기 누계실적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도 같은기간 5005억원에서 6409억원으로 28.0% 증가했다.

    이 같은 호실적 속에서도 영업이익률은 2021년 3분기 4.36%, 2022년 3분기 3.30%, 2023년 3분기 3.04% 순으로 악화했다. 최근 10년새 가장 낮은 수치다.

    순이익 역시 5442억원으로 전년동기 6428억원에 비해 15.3% 줄어들었다.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2020년 -38.2%이후 3년만이다.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외형을 늘리고 판관비를 줄이면서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수익성까지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3분기 원가규모는 19조7593억원으로 전년 14조93억원에 비해 41.0% 늘어나면서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이 38.9% 늘어났지만 원가 증가폭에 못 미치면서 원가율은 92.4%에서 93.8%로 1.42%p 악화했다. 이역시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원가율이다.

    판관비는 지난해 3분기 6456억원에서 올해 6526억원으로 1.09% 증가했지만 외형성장에 따라 판관비율은 4.25%에서 3.10%로 개선됐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10년새 최대치로 늘어난 미청구공사 대금이다.

    3분기 미청구공사 대금은 5조7578억원으로 전년동기 3조8239억원에 비해 50.5% 늘어났다. 지난해 연매출 21조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3분기 2조4807억원에서 △2021년 3분기 3조1218억원 △2022년 3분기 3조8239억원 순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재무제표상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뜻한다. 건설공사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률에 따라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회수하게 된다. 공정률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수주금액을 초과한 실제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미청구공사로 반영된다. 통상 미청구공사는 공사기간 지연과 원가상승 등 영향으로 발생한다.

    미청구공사액이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돈인 만큼 건설사 입장에선 잠재적 손실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할수록 건설사의 수익성 둔화와 재무건전성 악화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