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24일 금융업 비정규직 차별 기획감독 결과 발표총 62건 적발…상여금 등 차별 처우·연장근로수당 등 금품 미지급차별 처우 21.6억·금품 미지급 4억원 등 총 1748명 시정지시 조치금융노조 "총선용 쇼 의심… 정규직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대규모 금융기관 14곳을 상대로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처우 여부를 감독한 결과 12곳에서 총 62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들은 식대와 상여금,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임신한 근로자에게 시간외근로를 시키는 등 모성보호제도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감독 대상 금융기관 14개소 대표·임원과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등 관계 기관이 참석했다.

    이번 감독은 올 2~10월까지 은행 5개소, 증권 5개소, 보험사 4개소 등 총 14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중 은행·증권 각 5개소에선 모두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보험사 4개소 중에선 2곳이 위반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총 62건의 위반사항 건수별로 살펴보면 △은행 41건 △증권 13건 △보험사 8건 순으로 은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피해 규모별로 보면 은행 업계에서는 상여금 등에 대한 차별적 처우로 총 1120명의 근로자에게 21억 원을 미지급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95명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장근로수당 등 금품 미지급에 대한 사례로는 은행은 461명에게 2억1000만 원을, 증권은 72명에게 1억9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주요 위반 내용을 보면 A은행은 1일 8시간 근로하는 기간제 통상근로자에겐 중식비 월 20만 원과 교통보조비 월 10만 원을 각각 지급했지만,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겐 이런 수당들을 미지급했다.

    B은행은 은행이 직접 고용한 운전직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운전직 파견근로자에겐 정액 40만 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해 액수에 차등을 뒀다.

    비슷한 사례로 C증권은 정규직 근로자에게 상여금을 기본급의 700%로 지급했으나 기간제 근로자의 상여금은 연봉액의 24.5%~27.3% 수준으로 낮췄다.

    모성보호제를 위반한 사례도 다수 나타났다. D은행은 임신 근로자에게 시간외근로를 시키고, 산후 1년 미만인 근로자의 법정 시간외근로 한도를 초과했다.

    E은행은 법령에서 정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부여했다. 유산·사산휴가에 대해서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짧은 기간을 줬다.

    노동부는 상여금 등 차별적 처우에 대해 총 1215명에게 21억6000만 원을 보상하란 시정지시를 내렸다. 금품 미지급에 관해서는 533명에게 4억 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앞으로 노동부는 공정한 대우에 대한 원칙과 구체적인 예시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마련해 사업장이 사전에 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이들이 자율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현장 교육과 행정지도 등 정책적 노력도 강화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각 기관의 대표 등은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 노력에 매진하겠다는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상식과 공정에 기반한 직장 내 법 준수와 불합리한 관행 개선이 '노동개혁'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면서 "금융업의 경우 지속적으로 감독을 해왔음에도 차별과 법 위반이 계속되는 현실에 모두 반성하고 개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성명서를 내고 이런 감독 결과에 대해 반발했다. 이들은 기획감독 자체가 총선을 위한 정치적인 이벤트란 주장을 폈다.

    금융노조는 "노동부의 실태 점검이 오비이락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 악마화'에 장단을 맞추기 위한 장관의 '정치쇼'인지 의문"이라면서 "갑자기 비정규직을 걱정하는 듯한 노동부의 태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대책이라며 임금체계 개편 같은 잘못된 처방만 내려온 정부의 또 다른 총선용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정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라"면서 "사용자 측도 금융권에 대한 비난을 애꿎은 근로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이번 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모든 차별을 즉각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 ▲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