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에이스 멤버장기채 대신 잔존 만기 1~2년 단기채로 안정수익 확보"남다른 꼼꼼함"…세심한 관리로 고객 신뢰 쌓여
  • ▲ 박종희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부지점장 ⓒ정상윤 기자
    ▲ 박종희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부지점장 ⓒ정상윤 기자
    [진격의 PB]는 잘나가는 증권사 현직 프라이빗뱅커(PB)들을 찾아 그들의 영업 및 투자 노하우를 들어봅니다. 동료 PB들이 인정하는 진짜 PB, 그들의 역사 또 그 시간들을 통해 쌓아온 생생한 경험담과 격이 다른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박종희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부지점장(사진)은 강남 큰손 고객들의 자산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사내에서도, 그의 고객들도 박 부지점장에 대한 평판을 물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복수 증권사에 관리 계좌를 두고 여기저기서 특급 대우를 받는 깐깐하고 콧대 높은 고객들을 사로잡은 건 그의 기본기다. 정직하고 섬세한 그 한끗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금은 남다르지만 시작은 막연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에게 멋스럽게 느껴졌던 증권업계, 그 막연함으로 증권맨으로서 첫발을 디딘 곳은 삼성증권이다. 11년을 근무하는 동안 그야말로 알차게 성장했다. 대리 진급도 특진, 과장 진급 후엔 그룹 미래전략실 주관으로 진행되는 정규 석사학위 과정 삼성금융석사(MBA)에 선발됐다. 요충지 근무는 사실상 PB로서의 능력으로 여겨지는데, 박 부지점장은 서울 잠실지점에서 대치지점으로, 이후 도곡지점으로 한 단계씩 차분히 올라갔다. 

    KB증권은 그의 두 번째 직장이다. 도곡지점으로 영입돼 그곳에서 4년을 지냈다. 3년 연속 회사 마스터PB에 오른 에이스인 그의 다음 둥지는 지금의 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다.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해당 지점은 PB, 투자·세무·부동산·법률·신탁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고객을 관리하는 지주 차원의 30억원이상 VVIP 고객을 대상으로 KB금융지주 차원에서 론칭한 프리미엄 종합자산관리 브랜드다.

    삼성증권 SNI,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등 인근 증권사들이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몸집을 불리자 KB증권도 이를 통해 초고액자산가 고객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 첫 걸음에 박 부지점장이 함께했다. KB증권 전국 700여명 PB 중 센터장과 지점장을 포함해 8명의 PB만이 이곳에 합류했다. 유독 두꺼운 골드앤와이즈 지점 명함 그 자체로 박 부지점장의 역량과 능력을 입증하는 셈이다. 

    현재 그의 관리 자산 규모는 2000억원이 넘는다. 관리 고객 중 절반 가까이는 도곡점에서부터, 또 그중 상당수가 10년 넘게 그와 함께한 고객들이다. 골드앤와이즈 지점 관리 기준을 맞추고 박 부지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잔고를 늘려준 고마운 이들도 적지 않다.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오랜 시간 박 부지점장과 함께한 이유로는 기본에 충실한 영업 방식이 꼽힌다. 수수료 수익을 위해 무리한 영업제안을 하지 않는다. 실력은 기본, 무엇보다 성의 있는 태도에서 고객들은 그를 신뢰한다고 한다. 

    박 부지점장은 으레 있는 고객 술 접대를 하지 않는다. 대신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은 PB가 될 때부터 다짐한 부분이다. 반면 업무 도움을 줄 수 없는 밤이나 주말에도 전화하는 고객들이 있지만 피하지 않고 응대한다. 고객 입장에서 당장 도움받을 수 있는 일은 없더라도 PB로부터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황 설명을 듣고 안 듣냐에선 큰 차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꼼꼼한 태도에서도 그의 고객들은 '한끗'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책금리 변동으로 일반 CMA 법인 계좌를 사용하는 고객의 이율이 조금이라도 낮아지는 것을 막고자 금리 변동에 따른 회사 공지사항 직후 곧장 KB증권 발행어음 수시형 매수 제안을 했던 것이 일례로 꼽힌다. 영업직원인 그에게 떨어지는 수수료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그의 영업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날 공교롭게도 그 고객이 친구와 한 차로 이동 중이셨대요. 이런저런 전화 통화 내용을 곁에서 듣고선 저를 소개해달라고 하셨다더라고요. '이 친구한테 맡기면 놓치는 게 없겠다' 하시면서요. 의도치 않았는데, 그 일을 통해 저도 더욱 꼼꼼히 챙겨서 신뢰 가는 PB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웃음)."

    ◆장기채보다 단기채 베팅…견조한 알파수익 창출

    기본 중의 기본, 수익 창출은 말할 것도 없다. 그의 고객들이 오랜 시간 박 부지점장과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견조한 수익 때문이다. 대다수 투자자가 장기채권에 베팅해 적지 않은 손실을 본 올해 그는 낮은 표면금리로 발행된 잔존만기 1~2년 정도의 단기채권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냈다. 당시 매크로 뷰는 일제히 장기채 투자를 향하고 있었다.

    PB로서 수수료만 놓고보면 단기채보단 장기채로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게 훨씬 더 유리했지만 박 부지점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만기가 적게 남은 단기채에 베팅하는 것이 더 현명한 투자라고 판단했다. 불확실성은 최대한 낮추는 투자가 그의 소신이다.

    실제 시장은 그의 관점대로 흘러갔다. 발행 당시보다 금리가 많이 올라 매매금리 대비 표면금리가 낮아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채권 이자에 대한 과세표준은 표면금리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박 부지점장의 포트폴리오의 비중은 단기채 비중이 60~70%를 차지한다.

    고객의 자금 규모와 스케줄에 맞춰 만기와 금리 등을 면밀히 매칭한 좋은 상품을 찾는 것도 그의 노하우다. 적당한 물량을 따오는 것도 어려운데, 본사 채권팀 등과의 협조를 통해 장외시장에서 100억원 단위로 가져온다. 그 과정에서 고객의 요청을 세세히 반영함으로써 만족도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시장을 예측해서 들어가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에 시장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답을 모르죠. 특히 요즘 같은 시장은 바뀔 걸 예상해서 먼저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아요. 먹을 게 덜 있더라도 변동성이 낮은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기회가 있을 때 알파 수익을 내고 있어요."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알파 수익은 비상장 투자에서 찾는다. 골드앤와이즈가 워낙 관리자산 규모가 큰 지점이다보니 자체 소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부 운용사나 벤처캐피탈(VC)이 투자세미나를 요청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은행 예금이자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수익으로도 만족하는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고객이 대부분. 때문에 본사와 지점 차원에서도 엄격한 검증을 통해 상품화하고 있다.

    보수적인 가운데서도 비상장 투자에 나선 고객들의 수익률이 월등히 좋은 게 사실이다. 부동산 투자로 인한 거액의 손실을 비상장 투자로 메운 고객도 있다. 부부가 동시에 관리받는 고객이었는데, 도곡동 아파트 매도 타이밍을 잘못 판단해 고점 대비 10억원 넘게 손해 아닌 손해를 봐 잔뜩 속상해 했다고 한다. 박 부지점장이 때마침 좋은 비상장 투자 기회를 잡아 제안했고, 2년 만에 투자금액이 4배 넘게 불어나면서 훨씬 더 큰 수익을 냈다. 그뒤 해당 고객은 은행에 예금했던 아파트 매도 자금까지도 박 부지점장에게 맡겼는데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 투자를 통해 1년 만에 70% 수익을 거뒀다.

    최근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다시금 장기채 투자가 불 붙었지만 박 부지점장은 내년 초중반까진  단기채 투자에서 기회를 엿볼 계획이다. 국내적으로는 향방을 알 수 없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고려도 깔려 있다. 지난해 12월 여야는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유예했는데, 그대로 시행된다면 장기채 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과 맞물려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가 부과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타이밍을 맞히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게 쉽지 않아요.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란 점에서 내년 6~9월께까진 지금의 단기채 전략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기존 단기채 투자는 6개월에서 1년 남은 상품으로 롤오버(재투자)하면서 지금보다 한 템포 더 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박 부지점장은 도움이 필요한 순간 고객들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PB가 되길 희망한다.

    "주말에 전화하는 고객이 귀찮지 않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렇지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고 저를 가장 먼저 떠올려주셨으면 좋겠어요. VVIP 고객들은 타사와 중복 거래 고객이 많거든요. 그분들에게 '박종희 한테 전화하면 다 해결된다'는 믿음을 주는 PB이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저도 많이 노력하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