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줄곧 '실적부진 늪'…영업익 82.9% '증발'2년만 누적영업익 '5분의 1'…현금성자산 32.4%↓부채율 3개분기연속↑…신규수주 전년比 30% 급감 강세 공항공사 시장상황 녹록치 않아…부진 장기화
  • ▲ 금호건설 사옥. ⓒ금호건설
    ▲ 금호건설 사옥. ⓒ금호건설
    금호가(家) 3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이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오너경영 체제 첫발을 뗐다. 하지만 업계시선은 탐탁치 않다.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2021년이후 줄곧 '실적부진 늪'에 빠지면서 경영능력에 의문을 품는 모습이다. 

    안정적인 그룹승계를 위해선 무엇보다 실적반등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원가율 상승과 미래먹거리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호건설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3분기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58억원으로 전년동기 158억원대비 62.9%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49억원)이후 3개분기연속 소폭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사장취임 첫해인 2021년 3분기(343억원)와 비교하면 82.9%나 증발했다.

    누적영업이익도 꼬꾸라졌다. 3분기 누적영업이익은 167억원으로 전년동기 510억원대비 67.2%, 전전년 917억원대비 81.7% 각각 하락했다. 박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선지 2년만에 누적영업이익이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영업이익이 줄면서 영업이익률도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1.1%로 전년동기 3.0%대비 1.9%p, 전전년동기 6.5%대비 5.4%p 하락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자잿값 인상에 따른 원가율 상승이 수익성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3분기 누적매출원가는 1조5352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3704억원보다 12% 늘었고 같은기간 매출원가율은 92.4%에서 95.6%로 3.2%p 올랐다.

    수익성 저하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3분기 현금성자산은 1541억원으로 1년새 740억원(32.4%)이나 줄었다.

    반면 또다른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율은 241%로 지난해 4분기이후 3개분기 연속 상승중이다. 특히 전전년동기 145%보다 96%p나 증가해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축·주택부문에서 건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 압박이 지속돼 시장추정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며 "신규수주가 전년동기대비 30% 감소한 것도 실적하회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호건설은 그룹내 재무통인 서재환 대표이사 사장과 박세창 사장 투톱체제로 운영돼왔다. 그러던중 최근 인사로 서 대표가 퇴진하고 박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원톱체제를 구축하면서 경영전면에 나선 것이다.
  • ▲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 ⓒ금호건설
    ▲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 ⓒ금호건설
    하지만 사장재임 당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만큼 박 부회장 승진을 두고 그룹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위기론' 불식을 위해 본격적인 실적반등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속적인 공사비 인상 탓에 추진중인 각종 프로젝트가 발목을 잡힌 까닭이다.

    금호건설은 최근 하반기 최대실적으로 기대됐던 부천열병합발전소 현대화사업 우선순위협상자 지위를 내려놨다. 발주처인 GS파워와 협상과정에서 가격과 계약조건을 두고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본 프로젝트 공사비는 4402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액 2조485억원의 21.49%에 이른다.

    강세를 보여온 공항공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중인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 입찰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여파로 일시 중단된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도 '부산 엑스포' 유치실패로 추진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주택 등 국내사업에 치중된 수익구조인 만큼 고금리, 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한 실적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금호건설 올해 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전망됐다. 전년 559억원대비 335억원, 전전년 1116억원대비 892억원 감소한 수치다.

    관련 업계에선 해외시장 개척과 신사업 확장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건설 매출 가운데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5.8% △2022년 49.8% △2023년 3분기 51.4%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매출 비중도 0.4%에서 3.1%로 2.7%p 올랐지만 국내시장 리스크 대응을 위해선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규분양 감소,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율 상승여파로 지속적인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향후 예정된 주택 공공공사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제공항공사 발주증가가 호재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가 그렇듯 원자잿값 때문에 영업익이 좀 안좋은 상황"이라며 "현재 자체공사보다는 공공공사에 주력하고 있어 추후 공사비증액을 통해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 해외시장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박 부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3세로 할아버지는 박인천 창업회장, 아버지는 박삼구 전 회장이다.

    휘문고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다. 2002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금호타이어 부사장,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을 거쳤다. 2021년 금호건설 사장에 올랐으며 2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