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통계상 2분기 한국 GDP 대비 총부채비율 273.1%나랏빚 늘며 1년새 4.9%p↑… OECD 31개국은 평균 14.0%↓'유럽 병자' 그리스, 30% 넘게 감소… "재정준칙 도입 서둘러야"
  • ▲ 나랏빚.ⓒ연합뉴스
    ▲ 나랏빚.ⓒ연합뉴스
    올해 2분기 현재 가계·기업·정부부채를 모두 더한 한국의 총부채 규모가 60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상승하는 등 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비금융부문 신용은 5956조9572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금융부문 신용은 주요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합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2218조3581억 원, 기업부채는 2703조3842억 원, 정부부채는 1035조2149억 원 등이다.

    1년 전 5729조9946억 원보다 4.0% 증가했다. 증가 폭을 고려하면 연내 6000조 원 돌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GDP 대비 총부채비율을 보면 한국은 273.1%로 나타났다. BIS 자료에 나오는 OECD 31개 회원국 중 9위에 해당했다. 국제 결제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基軸通貨)국인 일본이 414.0%로 가장 높았고 룩셈부르크가 403.1%로 뒤를 따랐다.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멕시코로 77.3%였다.

    총부채비율 상승률을 보면 한국은 1년 전(268.2%)보다 4.9%포인트(p) 상승했다.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2분기 105.1%에서 올 2분기 101.7%로 3.4%p 줄었지만, 기업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17.6%에서 123.9%로 6.3%p, 정부부채 비율은 45.5%에서 47.5%로 2.0%p 각각 늘었다. BIS 자료에 포함된 OECD 31개 회원국 중 총부채 비율이 오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반면 이탈리아(243.1%, -14.6%p), 덴마크(237.2%, -14.7%p), 튀르키예(100.4%, -16.3%p), 오스트리아(206.6%, 21.6%p), 영국(236.7%, -25.1%p), 스페인(241.1%, -27.4%p), 네덜란드(255.1%, -28.8%p) 등은 총부채 비율이 하락했다. 31개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 감소율은 평균 14.0%p(243.5→229.4%)였다.

    그리스(268.6%, -34.4%p)와 아일랜드(198.8%, -34.5%p)는 30%p 넘게 부채 비율이 축소됐다.

    눈에 띄는 것은 그리스다. 한때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았던 그리스는 지난 10월 국가신용등급이 13년 만에 '투자적격'으로 상향되며 경제개혁의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BB 플러스(+)'에서 'BBB 마이너스(-)'로 상향 조정했다.

    그리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고 2010년 국가부도 사태로 내몰렸다. 재정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유럽의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2019년 급진좌파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신민주주의당)로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가 극적으로 개선되는 실마리를 마련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공공부문 임금을 대폭 삭감했고, 대표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지적됐던 무상의료와 소득대체율 90%의 연금제도에 메스를 들었다. 동시에 기업·외국인 투자 유치 활성화 정책으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그리스는 지난해 3월 IMF 구제금융에서 졸업했다. 경제성장률도 유럽연합(EU)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반등했다.
  • ▲ 국회 예결위.ⓒ연합뉴스
    ▲ 국회 예결위.ⓒ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윤석열 정부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지출 비용만 5년간 115조 원을 웃돌 거로 추산된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회계연도 일반정부·공공부문 부채 집계를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D1)에 지방정부,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D2)는 1157조2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GDP 대비 비율은 2.2%p 오른 53.5%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비기축통화국 부채비율 평균치(53.1%)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이후 부채 관리에 나서 부채비율을 줄여온 반면 우리나라는 확장재정을 지속해 온 결과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이 부채를 떠안게 되는 구조여서 이른바 '숨은 나랏빚'으로 불리는 공공부문 부채(D3·비금융공기업 포함)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588조7000억 원으로, 1년 새 161조4000억 원이나 늘었다. GDP 대비 73.5%로 사상 처음 70%를 돌파했다.

    공기업 부채가 517조4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7조7000억 원 늘었다. 특히 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요금인상이 제때 반영되지 않은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에서 부채가 46조2000억 원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재정준칙 도입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내에서, 국가채무는 GDP의 60%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반대에 막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재정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추진한 재정준칙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건전재정 기조의 확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