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늄·갈륨 등 이어 희토류 가공기술 수출 차단미국 등 희토류 가공사업 시작하려 하자 보호 조치"中 시장 지배력 유지"…미국 등 中 의존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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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사실상 자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가공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처를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희토류 금속·합금 재료의 생산기술, 일부 희토류 자석 제조기술도 금수하기로 하면서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 추출과 분리에 쓰이는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이 원천 봉쇄된다.

    희토류는 스마트폰과 미사일, 전기자동차 등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17가지 희소성 광물을 의미한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해 사실상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제련 규모로 따지면 9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20년부터 이 목록을 발표해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가공기술을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당시 목록상 수출 금지 이유는 국가안보와 공공이익 보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는 희토류 선적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 이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좌절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속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 제한 조치 확대에 맞서 세계 청정에너지 시장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8월부터 통제한 데 이어 10월에는 흑연 수출 통제를 발표해 12월부터 제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 차례가 희토류일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올해 주요 광물을 놓고 서방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러 금속의 수출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한편, 중국 배터리와 전기자동차 회사가 미국 보조금 수혜 대상이 되는 것을 차단했다.

    지정학 컨설팅회사 호라이즌자문의 공동창업자 나탄 피카식은 "이는 공급망의 어떤 부분도 중국에 대한 의존이 지속할 수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한 분명한 신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금지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희토류에서 벗어나 자립을 추구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를 쥐고 ‘자원 무기화’ 수위를 끌어 올리면서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과 함께 별도의 공급망 구축 및 협력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를 추출·정련·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중국 이외의 다수 국가에서는 관련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고, 그 사이 중국이 시설과 기술을 축적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다져왔다

    미국만 하더라도 희토류 광산 개발로 중국산 비율을 10년 전 90%에서 지난해 70%까지 낮췄지만, 자국산 희토류도 대부분 중국에 보내 정련한 뒤 재수입해 쓰고 있다. 2022년 기준 중국 희토류 수출입의 가장 큰 상대국은 미국이었다.

    특히 이번에 목록에 포함된 희토류 사용 고성능 자석의 경우 일본이 주력 생산하는 제품인 데다 미국 역시 이 자석을 탑재하는 첨단 전자 제품을 다수 생산하고 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술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수집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 상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상무부 산업보안국은 내년 1월 자동차, 항공우주, 방위 등 분야의 1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