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건설업 연체율 급등지방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2금융권 건전성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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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금융권 전반에서 연체율이 올라가는 등 곳곳에서 부실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지 않은 은행권조차 일반 건설업 연체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규모가 작은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에서는 부동산 PF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위기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 건설업 연체율 1년새 2배로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건설업종 대출 잔액은 11월 말 현재 모두 23조2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0조3915억원), 2021년 말(15조9704억원)과 비교해 각각 14%(2조8472억원), 46%(7조2683억원)씩 증가했다.

    현재 1051억원 규모인 연체액의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지난해(524억원)의 2배를 넘는데다 2021년(330억원)의 3.2 배에 이르는 추치다. 이에 따라 연체율은 2021년 0.21%에서 2022년 0.26%으로 오른 후 올해 11월에는 0.45%까지 뛰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해 건설업의 연체율이 두드러지게 빨리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저축은행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 1.3%→6.5%

    지방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화도 문제다. 한국신용평가의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저축은행 47개 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3%에서 올해 6월 말 6.5%까지 약 5배로 상승했다.

    한신평은 이들 저축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라 부동산 관련 여신의 건전성 지표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47개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67.9%나 됐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지방 건설업체의 폐업과 부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중소형 저축은행 건전성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건전성 지표 악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PF 대출 취급 시 쌓아야 하는 충당금 적립 비율(정상 등급의 경우)은 2%대로 일반 대출 충당금 적립 비율인 0.85∼1%보다 2배가량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라) 현재 신규 토지담보대출 취급은 감소한 상태"라며 "기존 토지담보대출도 부동산 PF 대출 수준으로 충담금을 적립하도록 저축은행중앙회에 공문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2금융권 연체율 급등하며 건전성 '빨간불'

    이처럼 저축은행을 비롯해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에 적신호가 커졌다. 2금융권 연체율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개 사의 연체율은 6.15%로 지난 2분기 5.33% 대비 0.82%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과 부동산 관련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등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2분기 5.76%에서 3분기 7.09%로 1.3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5.12%에서 5.40%로 0.28%p 올랐다.

    다른 업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연체율은 1.63%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0.41%p, 전년 동기 대비 0.82%p 높아졌다.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은 카드론 대환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8개 전업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9920억원 대비 50.23% 증가했다.

    고금리·고물가에 카드론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이 빚을 갚으려고 다시 대출받는 사람들이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이다. 카드론 대환대출 시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기존보다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보험사들도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며 건전성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보험사 대출채권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7%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0.23%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문제는 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2금융업권 전체적으로 건전성이 매우 취약한 상황인 데다가, 고금리가 지속되면 앞으로 기존 연체됐던 것들이 3개월을 넘기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로 잡힐 확률이 매우 높다"며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연체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