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및 단기차입금 대출…자금 회수 관건상환 문제 없다지만 우발채무 리스크·자금 경색 위기 상존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증권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증권사들은 가뜩이나 금융권 중 부동산 PF 연체율이 가장 높은 상황에서 태영건설에 일으킨 PF 대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PF 대출로 인한 유동성 위기 속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의 자구 계획을 검토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채권단협의회 구성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태영건설의 주가도 극심한 변동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태영건설은 장 초반 19.3% 내린 1935원까지 밀렸다가 거래정지 직전 2760원(14.8%)까지 상승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오전 10시 8분부터 오전 10시 38분까지 30분 동안 태영건설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오후 2시 30분 현재는 재차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3.12%(75원) 내린 23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PF 대출을 제공한 증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태영건설에 일으킨 PF 대출 자금이 상당한 만큼 긴장에 빠진 모습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올해 8월 본사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올 한해 약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가운데 KB증권이 9월 말 기준 보유한 태영건설 PF 대출잔액은 412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하나증권이 300억원, 한양증권이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각각 대출했다. 현대차증권(28억원), 미래에셋증권(23억원), 대신증권(20억원) 등도 단기 여신이 있다. 다만 한양증권은 해당 여신을 매각(셀다운)해 현재는 잔액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해당 증권사들은 담보가액 안에서 대출이 적법하게 이뤄진 만큼 원리금 회수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외 한국투자증권과 태영건설이 공동으로 조성한 2800억원 규모 펀드의 만기도 내년 3월 도래한다. 

    이 펀드는 태영건설이 8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납입해 조성됐다. 한국투자증권은 펀드 조성 당시 태영건설 소유 골프장(루나엑스CC)를 담보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태영건설의 높은 부채 비율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일부 채권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태영건설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간접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A-등급인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이 BBB-이하로 떨어질 경우, 여의도 사옥을 담보로 받은 대출 상환이행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강등한 바 있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원은 "공사원가 상승과 영업자산 누적으로 현금흐름이 저하되는 상황에 분양 예정·PF 보증 사업장의 지방 분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라며 "태영건설이 늘어난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PF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과 비우호적 자금조달 여건이 지속되거나 본 PF 전환 등을 통한 PF 우발채무 감축이 지연될 경우 높은 수준의 재무적 변동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시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PF에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건설업들의 PF 보증액은 쉽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