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에 달하는 23곳은 서울·경기 포진성빈센트·건양대·고신대복음병원 신규 진입권역별 '소요병상수' 합리적 변화 등 지정방식 변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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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꼭짓점인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로 작동한다. 3년마다 지정되며 평가 난이도는 점차 올라가고 있다. 각 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얼마나 존재하는지가 의료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그러나 이번 5기 지정에서도 수도권에 쏠려 있는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을 기존보다 2곳 늘어난 총 47곳을 지정했다. 이 중 절반인 23곳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4기와 마찬가지로 서울권에 14곳은 그대로 자격을 유지했다. 중앙보훈병원과 제주대병원도 기존 병원과 경쟁했지만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경기 서북부권 역시 4곳으로 모두 동일했다. 경기 남부권은 성빈센트병원이 새로 들어오면서 기존 4곳에서 5곳으로 많아졌다. 이 지역 신규 진입을 노렸던 용인 세브란스병원은 탈락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반에 걸친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은 국내 의료체계의 고질병으로 분류되지만 오히려 더 늘어나면서 지역 환자의 이동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5기 지정의 변동사항을 짚어보면 충남권은 3곳으로 수치상 변화는 없지만 순천향대천안병원이 빠지고 대전에 있는 건양대병원이 새로 지정됐다. 

    경남 동부권은 고신대복음병원이 5기 명단에 신규로 올라 총 6곳의 상급종합병원을 보유한 지역이 됐다.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병원·의원들과의 협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국민이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 5기 상급종합병원 명단. ⓒ보건복지부
    ▲ 5기 상급종합병원 명단. ⓒ보건복지부
    ◆ 가팔라지는 지역 격차… 상급종합 지정기준 변화 절실

    수도권과 지역의료의 격차는 풀어야 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의대증원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지역에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드러나듯 서울에 집중된 경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각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오지 않아도 최종 치료를 완성하겠다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주요 지표로 작동하는 것인데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지역 암환자가 KTX 첫차에 몸을 실어야 하는 상황은 반복되고 수서역 버스정류장엔 빅5병원을 가기 위한 환자들의 대기 줄은 여전히 길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대형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건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현재 9개 병원에서 11곳을 분원을 만들고 있는데 이 추세라면 오는 2028년엔 6600병상이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 쏠림은 비단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인력으로 연쇄이동으로 이어진다.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의사를 늘리는 정책이 통하지 않는 구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결국 각 지역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강화해 환자나 의사의 유출을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정방식의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구분해 진료가 필요한 의료이용에 대한 '소요병상수'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기반으로 복지부의 평가가 진행돼 최종 명단이 확정되는 방식이다.

    5기 권역별 수요병상수는 ▲서울권 1만4182병상 ▲경기서북부권 5785병상 ▲경기남부권 6085병상 ▲강원권 1530병상 ▲충북권 1362병상 ▲충남권 3809병상 ▲전북권 2157병상 ▲전남권 4194병상 ▲경북권 5103병상 ▲경남동부권 6423병상 ▲경남서부권 2368병상으로 구성됐다.  

    애초에 소요병상수가 수도권이 몰려 있으니 지정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잔여병상수(1단계 지정 이후 권역별로 남은 병상)'가 많은 권역에 추가로 지정되고 3단계에서는 전국단위로 남은 병상을 토대로 정해진다. 

    권역 내에서 지정되지 못하면 비수도권 병원은 후속 단계를 거쳐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이 사실상 불가하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각 권역별 소요병상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보다 점수가 낮다고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권역별로 충분한 상급종합병원을 만들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