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EU, 내년 2월14일 양사 합병 결론현금 비축 대한항공, 합병 이후 재무 토대 마련통합 LCC 출범 등 LCC 판도 바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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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새 희망을 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여러 의미로 중요한 총선이 열리는 해이다. 한국 경제를 보면 올해도 녹록잖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밖으로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그에 따른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그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여전한 고물가 기조와 실업 한파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급증,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가득이다. 새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 희망을 쏘아 올릴 성장 모멘텀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3년 넘게 끌어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빅딜이 올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양사 합병이 성사될 시 경쟁 심화 단계에 들어선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오는 2월14일(현지시간) 양사 합병에 대해 결론을 낼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EC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계획 등이 담긴 시정조치안을 냈다. 심사에 필요한 추가 자료 제출까지 마무리한 뒤 이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합병 완료에 필요한 남은 경쟁당국은 EU와 미국, 일본까지 총 3개국이다. 양대 항공사가 취항하는 14개국 가운데 11개국의 경쟁당국은 이미 합병을 승인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남은 미국과 일본의 경쟁 당국과도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미국 법무부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시정조치 방안 논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기업결합은 까다로운 EU의 문턱을 넘을 듯 말 듯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합병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조 회장은 지난해 5월 EU 집행위로부터 대한항공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SO)를 통보받았다. 한 달여 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한항공, 두둑한 현금 쌓아 합병 자금 마련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한 항공화물사업에서의 이익을 바탕으로 두둑한 현금 곳간을 마련했다. 안정적인 현금성 자산 축적으로 향후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으로 탄생할 ‘메가 항공사’의 재무적 토대를 세웠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대한항공 현금성 자산은 5조6053억원이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389.1% 증가한 수치다. 현금성 자산이 많을수록 기업이 재무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되살아난 현금창출력은 향후 합병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 악화로 대한항공은 당초 계획했던 자금보다 돈을 더 풀어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대한항공이 현금을 비축하고 부채비율을 낮춘 만큼 앞으로 유상증자 자금이 늘어나더라도 감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 김포국제공항 안내 전광판에 각 항공사 비행 스케줄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 김포국제공항 안내 전광판에 각 항공사 비행 스케줄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 티웨이·에어프레미아, 양사 합병에 수혜 얻을까

    양대 항공사 합병은 저비용항공(LCC)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양사 산하의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가 출범한다. 여기에 양사 중복노선의 분배를 통해 성장 기회를 잡는 LCC가 나올 수 있어 국내 항공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특히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양대 항공사의 중복노선 중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배분받을 것으로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다. EU와 미국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노선이나 경쟁 제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타사에 재분배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 두 LCC는 FSC 합병 성사 시와 무산 시 두 상황에 대비한 사업전략을 모두 수립해야 하는 만큼 셈법이 복잡해졌다.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노선에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LCC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리스가 아닌 첫 B737-8 항공기가 도착했고 추후 50대까지 이를 늘려 리스 중심의 운용에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외에도 코로나19 기간 멈췄던 이스타항공과 에어로케이가 지난해 상업 운항을 재개한 이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에 성공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