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개장식서 추진 의사…세수 감소 등 난관 많아기재부 "대통령실과 합의한 내용…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향후 민주당 반발 넘을까 관건…"부자 감세 비판" 불가피
  •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에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금투세 시행 유예가 아닌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가 대상으로, 주식의 경우 5000만원, 기타 금융투자의 경우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해당 소득의 20%에 부과한다. 3억원 초과분은 세율이 25%다.

    금투세는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시행은 당초 지난해 2023년부터였지만, 국회에서 유예 법안이 통과돼 현재는 2025년으로 2년 미뤄진 상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 더 나아가 폐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실제 이날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밝힌 금투세 폐지 방침과 관련해서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이며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사전 협의를 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부‧기재부 측은 금투세 폐지를 통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거란 입장이다.

    이날 김 차관은 "우리 기업의 실적이나 다른 여러 가지로 볼 때 한국 증시가 외국에 비해 충분히 오르지 못하고 있다"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은 굉장히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납부 여부는 수익에 따라 결정되지만, (금투세 시행) 자체가 우리 주가나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게 되면 정부는 향후 야권의 반발을 넘어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모두 완료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투세를 처음 도입한 건 민주당 측으로, 야당은 금투세 폐지론에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투세를 폐지하면 주식으로 인한 소득에 비과세를 계속할지도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에 관한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 부자 감세 비판 문제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야는 앞서 지난 2022년 금투세 시행 시기를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면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키로 합의했다. 당시 기재부는 0.23%인 증권거래세를 2023년 0.2%, 2024년 0.18%, 2025년 0.15% 등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지난해 연말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하는 시행령을 개정, 부자 감세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주식 양도세 완화에 이어 금투세까지 폐지하면 다른 세금을 증세하거나 증권거래세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기재부가 최근 10여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용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른 세수 부담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투세를 두고 여러 차례에 걸친 정책 변경이 개인투자자와 업계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라며 "주식시장 활성화 취지로 홍보됐던 금투세가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