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노조, 단체협상 결렬 통보… '파업' 매각 최대 변수이달 말 정부 1차 협상 결과 따라 대규모 집회 정치권, 시민단체 가세 움직임도
  •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노조가 창사 이후 첫 파업 수순에 들어가면서 매각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HMM노조가 인수 우선협상자인 하림 측이 6조4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써내면서도 자금조달 계획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며 매각 협상에 반발하고 있다.

    HMM 해원연합노조는 지난 16일 오후 경영진에 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과 함께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우선 사측이 현대중공업에 발주해 다음 달 인수 예정인 1만3000TEU급 새 선박의 출항부터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채권단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과 매각 본계약을 맺을 경우 파업 범위를 출항과 하역 등 업무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해운의 파업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해본 것이 없어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는 모른다"면서도 "과거 한진해운 파산으로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을 못 해 떠돌았던 사례 등 화물에 걸려 있는 이해관계에서 오는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사무금융노조 소속 HMM 육상노조도 이달 말 정부의 1차 협상 결과에 따라 준법투쟁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이기호 육상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임금협상과 단체 교섭이 합의돼 있기 때문에 파업이 아닌 준법투쟁에 나서는 것"이라며 "항만에서 요구하는 갖가지 규제를 철저히 지키면 선박 스케줄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같은 얼라이언스로부터 불만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HMM노조는 하림그룹의 HMM 인수 반대 의사를 적극 피력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고려하고 있다. 노조는 향후 매각 진행 상황에 따라 육해상 노조가 함께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시기와 강도, 참여범위는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HMM 육상 및 해상 노동조합의 반발과 더불어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HMM 매각 민영화, 무엇이 문제이고, 과연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국민 검증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전재수·최인호 의원이 공동 주최했고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을 좌장으로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 이기호 육상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선 HMM매각 관련 우려와 하림그룹 인수 자금조달 계획 문제점,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과 제안 등을 다뤘다.

    전 위원장은 "무리한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갖고 있는 하림그룹은 연쇄도산의 위험성을 폭증시킬 뿐만 아니라 모기업의 수익성을 해칠 수 있는 HMM의 투자전략을 철회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로 인한 HMM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수자금 조달 및 상환 계획 불투명 ▲HMM 운영계획 부재 ▲하림그룹 계열사 지원 가능성 ▲해운 독과점 우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들어 하림그룹의 HMM 매각 작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국오인 경실련 국장은 "하림그룹이 27조원 가량의 HMM을 인수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 하림지주만 봐도 현재 현금성 자산은 66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하림이나 산업은행 측에서 정확하게 밝히고 시장에서 철저히 검증받도록 해야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구채 문제도 거론됐다. 이 지부장은 "2025년 4월에 영구채 중도 상환 기일이 도래해 모두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영구채 조건에 따라 해당 기간을 넘기면 이자가 2배로 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은 측이 BIS 비율이 악화되면서 개선 목적으로 매각을 선택했다고 언급했는데 영구채 전환 시 불안해지는 지배구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어떠한 답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산은 회장님이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는 것도 아니냐고 말씀하셨지만 새우도 죽고 고래도 죽고 둘다 죽게 된다"면서 "지금 글로벌 해운사들은 종합물류, 원스톱 서비스를 위해 수십조원씩 투자를 하고 있는데 반해 HMM은 투자가 늦은 상황이다. HMM을 더욱 더 글로벌 선사로 키울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회사가 인수를 해야 하지 않겠다"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