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만날 계획 없다"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변수통합 입장차 여전… 주총 표대결 벌어질 수도
  • ▲ OCI 본사ⓒ연합뉴스
    ▲ OCI 본사ⓒ연합뉴스
    통합을 추진 중인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갈등이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해당사자인 이우현 OCI 회장과 통합을 반대하고 나선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법원의 판단이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23일 양 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우현 회장과 임종윤 사장이 당분간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법원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 있는 이상 대화를 더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2차 회동을 약속하고 일정을 조율했지만, 끝내 성사되진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2차 회동 불발은 통합을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 측은 통합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이 과정에서 임종윤 사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반면 임종윤 사장은 그룹 통합 작업을 일단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통합과정은 OCI홀딩스가 신주발행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확보하는게 주요 골자다. OCI홀딩스가 지주사로 한미사이언스를 지배하고, 지주사는 이 회장과 임 사장이 각자대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협상에 배제된 임종윤·종훈 사장이 반발하며 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임종윤 사장 측은 "지분 양도 계약서조차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법원 가처분 신청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통합 과정은 무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신주발행이 완료되면 OCI홀딩스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만으로도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한미약품 측은 이사회 구성원들의 동의를 거쳐 절차대로 진행된 만큼 법원 가처분 인용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가처분이 인용되면 사정은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률이 20%로 떨어지며 주총 표대결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가처분 판결에 통상 한달 가량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치열한 물밑 포섭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7.38%를 지닌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만 놓고 보면 통합 발표 이후 상한가를 기록한 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더해가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면 주가는 급등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도 "법원 결정이 임박하고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면 또한번 출렁거릴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했다.